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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344) 가정

중앙일보

2026.09.02 08:02 2026.09.0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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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시인

유자효 시인

가정
김원각(1941∼2016)

아이들이 별빛으로 떠서 노는 그맘쯤을
하루의 문을 닫고 등불이듯 오는 남편
그 길목 달려간 마음 박꽃으로 피는 아내.
-어느 날의 여행에서(태학사)

진리는 곁에 있다
1968년 나는 대한불교신문 학·예작품모집에 시조가 당선하여 시상식에 갔었다. 그 자리에서 시 부문에 당선한 김원각 스님을 만났다. 그는 나보다 여섯 살 연상이었는데 어쩐지 스님을 오래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때 나의 어설픈 예감대로 스님은 환속을 했고 가정을 일구었다. 두 딸도 얻었다.

시보다는 시조를 주로 쓴 김 시인은 다섯 수로 된 ‘가정’이란 작품을 썼다. 소개한 부분은 마지막 수다. 따뜻하고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별빛으로 뜨는 아이들과 박꽃으로 피는 아내, 등불이듯 오는 남편의 처덕송(妻德頌)이라 할 만하다. 또 다른 작품에서 시인은 아내에게서 부처의 모습을 발견한다.

첩첩 산 속 찾아갔더니/그 분은 부재중이다.//한 동자가 그의 처소를/일러준 대로 찾아갔더니//잠실의 우리 집 아파트/아내와 마주쳤다.-부처

첩첩 산속까지 찾아가도 못 만난 부처가 내 집에 계셨다니, 그것도 늘 함께 지내는 아내였다니, 기가 막히지 않은가? 김원각 시인은 이렇게 진리는 곁에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나도 잠실 집에 계시는 부처님을 잘 모셔야겠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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