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60엔, 국채금리 3%.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마주한 경제 환경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후계자를 자처한 다카이치 총리가 확장재정을 꺼내 들었을 때만 해도 시장에서는 아베노믹스의 ‘세 개의 화살’이 재현되며 경기 회복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그러나 취임 1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는 1일 한때 연 3.005%까지 상승했다. 국채금리가 3%대에 올라선 것은 1996년 9월 이후 30년 만이다. 엔화도 지난달 미·일 공동 시장개입 이후 다시 달러당 160엔 안팎까지 밀렸다.
다카이치노믹스가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아베노믹스 당시와 달라진 경제 환경이 꼽힌다. 2012년 아베노믹스가 막을 올릴 당시는 달러당 80엔대의 기록적인 엔고였고, 10년물 국채금리는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본 경제는 오랜 디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베 전 총리는 이런 상황에서 ‘세 개의 화살’을 꺼내 들었다. 일본은행이 시중에 돈을 풀어 금리를 낮추는 첫 번째 화살을 쏘고, 그 위에 정부의 적극재정과 성장전략이라는 두 개의 화살을 얹는 전략이었다. 낮은 금리로 정부와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을 줄이고, 엔저를 유도해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구조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적극재정과 성장전략을 이어받았지만 가장 중요했던 금융완화라는 첫 번째 화살을 쏘기 어려워졌다. 이미 과도해진 엔저와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면 돈을 더 푸는 것이 아니라 금리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베 시대의 처방은 오히려 경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필요한 재원은 계속 늘고 있다. 다카이치 정부는 2027년 4월부터 2년간 식료품 소비세율을 8%에서 1%로 낮출 계획인데, 세수 감소는 연간 약 5조엔(약 43조원)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일본 각 부처가 정부에 요청한 2027년도 예산은 143조엔대(약 1224조원)로 4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국채금리 상승은 이런 재정운영에 대한 시장의 경고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가 올해 예산에서 국채 원리금 상환에 책정한 비용은 31조3000억엔(약 268조원)에 달하고 이 가운데 이자비용만 약 13조엔(약 111조원)이다. 엔저를 막으려 금리를 올리면 정부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인상을 미루면 엔저와 수입물가 상승이 심해지는 ‘딜레마’에 빠진 가운데, 일본은행은 오는 17~18일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