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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162조 공룡기금…여 “미래 재정댐” 야 “선거용 저수지”

중앙일보

2026.09.02 08:17 2026.09.0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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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한 걸 놓고 정치권 공방이 불붙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반도체 대호황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추가 세수가 기대된다.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내년도 예산 가운데 162조3000억원을 미래대응기금으로 편성했다. 해당 기금이 포함된 내년도 예산안(820조원 규모)은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

전례 없는 ‘공룡 기금’ 탄생에 정치권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기금 가운데 45조4000억원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 사업에 쓰고, 104조4000억원은 여유 재원으로 적립한다. 여유 재원은 세수 감소나 경기 변동, 예측하지 못한 재정 수요 등에 대응할 때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은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연금, 주택도시기금 등과 달리 ‘미래 대응’이란 목적성이 불분명하고 ▶최대 30%까지 운용 재량권이 부여돼 국회 통제를 벗어날 수 있으며 ▶국가 부채 상환이 후순위로 밀린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국민의힘은 “정권의 쌈짓돈이 될 것”(배준영 의원)이라고 비판한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배 의원은 2일 통화에서 “상임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본회의 심사까지 거쳐 집행되는 일반 예산과 달리 기금은 총액의 30%까지 목적과 달리 쓸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송언석 의원은 “국회의 엄격한 예산 통제를 벗어나 정부가 거대한 재정주머니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빚잔치를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기재부 관료 출신인 이종욱 의원은 “청년·교육·지방 등 기금 집행 대상이 너무나 포괄적”이라며 “정권의 선심성 정책을 위한 선거용 저수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 채무가 15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나랏빚을 갚는 데 우선적으로 써야 한다는 지적도 적잖다. 임이자 정책위의장은 “국가재정법상 초과 세수가 생기면 지방교부세, 공적자금 상환, 국채 상환 등 순서로 지출해야 한다”며 “이를 깡그리 무시한 처사”라고 했다.

반면에 민주당은 미래대응기금을 ‘재정 댐’에 비유했다. 재경위 민주당 간사인 오기형 의원은 “세수 호황 시기에 기금을 마련해 불황기에 쓰자는 게 미래대응기금의 발상”이라고 했다. 재경위 소속 안도걸 의원도 “잉여 세수를 기금으로 댐에 저장했다가 갈수기 때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 역시 반박했다. 박창환 기획예산처 예산총괄심의관은 청와대 유튜브 ‘팩트방앗간’에서 “늘어난 세수를 모두 국채에 상환하게 되면 국채 시장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했다. 류덕현 청와대 재정기획보좌관도 CBS 라디오에서 ‘통제받지 않는 예산’이란 지적에 “(집행 목적 변경) 수요가 생기면 국회에 보고하도록 장치를 만들어 놨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법 제정안을 이르면 3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급증한 세수를 모두 집행할 경우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기금 조성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면서도 “정권의 쌈짓돈이란 비판을 피하기 위해 운용 목적에 맞게 쓰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김규태.손성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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