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오히려 동맹의 성숙도를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동맹의 진정한 힘은 모든 사안에서 항상 같은 입장을 유지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전략적 판단과 이해관계가 존재할 때 이를 얼마나 긴밀하게 조정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상황은 한미동맹의 군사적 결속뿐 아니라 주요 안보 현안을 협의하고 조정하는 방식까지 되돌아보게 한다.
훈련은 연합방위태세에 필수적
시기·규모 조정하는 과정 더 중요
다른 생각·이해 조율 능력이 본질
연합훈련은 단순한 군사훈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유사시에 양국 군이 하나의 연합지휘체계 아래 실제로 작전할 수 있는 능력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검증함으로써 연합방위태세의 지속성과 실효성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이다. 지휘관과 참모는 계속 교체되고 새로운 무기체계와 작전개념이 도입되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도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연합지휘통제와 정보공유, 증원전력 운용, 핵·미사일 대응능력을 지속해서 숙달·검증하는 것은 안정적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물론 외교적 필요와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훈련의 시기와 규모, 방식은 조정될 수 있다. 문제는 조정 자체보다 그 과정이다. 한반도 방위와 직결된 군사적 결정이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변경됐다는 인식이 형성되면 실제 군사적 영향보다 동맹의 신뢰와 결속에 끼치는 파장이 더 크다. 억제력은 군사력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양국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공동으로 대응할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음을 북한과 주변국이 인식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훈련의 조정 여부 못지않게 그 배경과 목적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갖고 한·미가 대외 메시지를 일관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번 과정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거래적 동맹관이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모든 변화를 특정 대통령 개인의 성향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미국이 동맹국에 더 많은 방위 역할과 기여를 요구하고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동맹의 역할을 조정하려는 흐름은 더 구조적인 변화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개별 결정에 사후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치기보다 미국의 전략 변화가 한·미동맹과 한반도 방위에 끼칠 영향을 분석하고 장기적인 동맹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대북정책에서도 같은 원칙이 필요하다. 대화를 위한 유연성은 필요하지만, 북한의 의미 있는 상응 조치 없이 연합훈련의 조정이 반복된다면 북한이 이를 새로운 협상 기준으로 활용할 우려가 있다. 향후 북·미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연합훈련, 전략자산 전개, 확장억제처럼 한국 안보와 직결된 사안에 대해서는 한·미가 사전에 공동의 목표와 원칙을 충분히 조율해야 한다. 대화의 필요성과 억제태세의 안정성을 함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논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확장억제, 주한미군의 역할, 핵추진잠수함 협력 등 한·미의 주요 안보 현안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두 높은 수준의 상호 신뢰와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하나의 현안에서 협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반복·누적되면 다른 현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불확실성과 불신이 커질 수 있다. 성숙한 동맹은 이견 없는 동맹이 아니다. 서로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핵심 안보이익이 걸린 사안에서는 충분히 협의하고 공동의 해법을 찾아가는 관계다. 한국도 미국의 결정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확대할 수 있는 역할과 기여, 꼭 지켜야 할 핵심 안보이익과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동시에 방위역량과 동맹에 대한 실질적 기여를 강화해야 한다.
결국 이번 논란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훈련의 축소 여부에만 있지 않다.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서 한·미가 서로 다른 판단과 이해관계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조율하고 동맹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가 본질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해도 신속히 협의하고 필요한 보완책과 조율된 메시지를 발신하는 능력이야말로 70년 넘은 동맹의 성숙한 모습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논란은 동맹의 성숙도를 짚어보게 한다. 이번 논란을 앞으로 동맹의 군사적 결속뿐 아니라 주요 안보 현안을 협의하고 조정하는 방식까지 점검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