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오른쪽)와 청탁 브로커로 의심받고 있는 양모씨(왼쪽)가 2023년 4월 경기도 수원시 장애인의날 기념행사에서 양씨가 대표이사를 맡은 회사의 제품 홍보 사진을 함께 찍은 모습. [사진 양씨 회사 보도자료]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코로나19 신약의 신속 승인을 도와달라는 청탁 문자메시지를 받고, 김강립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김 후보자가 2021년 10월 12일 오전 11시10분 김 전 처장에게 보낸 문자를 공개했다. 김 후보자는 “생약제제과, 임상제도과, 통계분석팀 3군데에서 업무 분장이 되어 있답니다. 담당 실무자들이 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회사는 제넨셀입니다. 국부 유출도 걱정되어 말씀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처장님”이라고 보냈다.
김 후보자가 문자를 보내기 15분 전 ‘신약 청탁 의혹 브로커’ 양모씨에게 청탁 문자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양씨로부터 “생약제제과, 임상제도과, 통계분석팀 3군데에서 업무 분장이 돼 있어요. 이 담당 실무들이 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김 후보자가 김 전 처장에게 보낸 문자와 거의 유사하다. 양씨는 코로나 신약 제약사인 제넨셀의 창업자이자 의장이던 교수 강모씨의 부탁을 받고 김 후보자에게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이에 김 전 처장은 “염려해 주신 건은 현재 자료 보완 등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무진에게 전달했습니다”라고 답장했고, 김 후보자는 “국부 유출이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주세요”라고 당부했다. 이후 김 후보자는 김 전 처장에게 받은 문자메시지를 양씨에게 전달했다.
식약처는 2주 뒤 해당 신약 2·3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했다. GC녹십자 치료제 2상은 22일, SK바이오 백신 3상은 43일이 걸린 점을 들어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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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오빠”라 부른 신약 브로커…김승원, 8년 전엔 변호도
다만 식약처는 당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평균 5일 이내에 처리했고, 2~3일 만에 승인한 사례도 있어 특혜로 단정지을 순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강씨 측이 김 후보자 계좌로 500만원을 보내려던 정황을 포착해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했으나 2024년 12월 기소유예했다. 양씨는 강씨에게 김 후보자 계좌번호를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김 후보자가 ‘마음만 받겠다’며 거절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김 후보자는 “민원을 전달했을 뿐 부정한 로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강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강씨의 배임 혐의 등을 무죄로 판단하면서 “양씨가 김 후보자 등 정계 인맥을 과시한 것으로 보이지만, 강씨가 공무원 청탁·알선을 조건으로 양씨 회사에 투자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다만 이 재판 과정에서 양씨가 김 후보자를 언급하며 로비한 정황이 드러났다. 취재에 따르면 2021년 10월 6일 강씨가 “10월 12일까지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봐 걱정된다”고 토로하자, 양씨는 “김승원 의원에게 연락하겠다. 승원 오빠가 지금 현재는 사실 실세나 마찬가지다. 법에 관련된 현안에 다 체크해 주고 있어서, 제가 이거는 저쪽(민주당)에다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양씨가 민주당 인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양씨는 2021년 9월 1일 강씨와의 통화에서 “이번 정부는 돈 안 드는 일은 도와준다. (문재인) 정부 핵심 분들 진짜 많이 안다”고 말했다. 또 “A·B·C 그리고 D아저씨랑 친하다. 식약처에 안 풀리는 거를 제가 조용히, A나 E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안 해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통화 내용을 인정하면서도 “(강씨에게) 예뻐보이고 싶어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와 양씨의 관계는 향후 청문회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변호사이던 2013년 양씨가 강남에서 운영하던 유흥주점에서 발생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 한 의원은 “김 후보자가 판사 시절부터 양씨와 친분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 측은 “사실관계를 정리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