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습지에코전망대(330억원), 달서별빛천체과학관(199억원), 달서생태관(65억원)…. 대구 달서구가 지난 13일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데 이어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단하기로 한 대형 건립사업들이다. 모두 합쳐 594억원 규모 대형사업을 계속 추진하기엔 건립비뿐 아니라 향후 운영·유지관리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다.
앞서 달서구는 민선 9기 새롭게 단체장이 바뀐 후 가용 재원을 점검한 결과 심각한 구조적 재정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을 파악하고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했다. 김용판 달서구청장은 “취임 후 재정 상황과 주요 사업을 하나하나 점검했다. 숫자를 확인할수록 현실은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엄중했다”고 했다.
달서구에 따르면 재정자립도는 20%대에서 17%선까지 3년 연속 하락했고 재정자주도 역시 26%대까지 떨어져 자체 재원만으로는 행정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외형적으로 달서구는 ‘예산 1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실질적 가용재원인 순세계잉여금은 500억원대에서 100억원대로 급감했다.
이에 따른 후속 조치로 달서구는 재정 부담 증가, 재정자립도 지속 하락, 전국 기초지자체 중 세 번째로 높은 사회복지비 비율 등을 주요 재정 위기 요인으로 진단하고 69개 사업을 폐지·축소·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1일 대구 달서구청에서 김용판 달서구청장 주재로 '재정 비상체제 전환 및 예산운용 대혁신' 관련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달서구
달서구는 그간 추진해 온 사업 전반을 다시 살피며 예산 투입 대비 성과, 유사·중복 여부, 행정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그 결과 69개 사업을 구조조정하면 건립사업에 드는 594억원과 각종 축제·행사 등에 소요됐던 19억6000만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달 5일 경기도가 첫 발을 뗀 후 전국 지자체들의 ‘재정 비상 상황’ 선포가 잇따르고 있다. 6·3 지방선거 이후 새로 취임한 단체장들이 재정 상태를 점검하고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경북 포항시는 지난달 24일 “자체 재원만으로 모든 재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심각한 재정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재정 비상 상황을 선포했다.
박재관 경북 포항시 자치행정국장이 지난달 24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포항시 재정 정상화 및 조직개편 시행을 앞두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 국장은 "시 자체 수입은 정체 감소했지만 복지와 인건비, 국비. 도비 매칭 등 법정 의무적 지출이 계속 늘어나면서 자체 재원만으로는 모든 재원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밝혔다. 뉴스1
포항시는 전 부서를 대상으로 일반운영비, 여비, 업무추진비 등 경상경비 10%를 의무적으로 절감하고 대규모 투자사업의 재원 편성 시기를 조정하기로 했다.
부산 남구와 사상구도 ‘재정 비상’을 선언했다. 박재범 부산 남구청장은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2027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약 462억원의 재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사상구도 지난달 19일 추경 편성 과정에서 약 140억원의 가용 재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신용한 충북지사도 4300억원에 달하는 외부 차입금 규모를 향후 4년간 절반으로 줄이는 ‘민선 9기 재정 정상화 계획’을 추진한다.
신 지사는 지난달 27일 “충북도가 갚아야 할 빚이 1조원이 넘어가면서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건전 재정 기틀을 근본부터 다시 세우고 도 살림살이를 정상화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신용한 충북지사가 27일 충북도청에서 민선 9기 재정정사화 계획과 제 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충북도
약 1400억원을 들여 도로를 확장했지만 17억원을 구하지 못해 전용버스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세종시의 상황도 재정 비상 상황의 한 사례다. 세종시 재정난의 핵심 요인으로는 취득세 감소가 꼽힌다. 취득세는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2021년 3338억원에서 내년엔 1421억원으로 5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취득세를 중심으로 지방세 세입 여건이 악화된 데다, 2023~2024년 대규모 국세 세수 결손으로 지방교부세도 영향을 받으면서 지방재정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사회복지 분야 국고보조사업 등 경직성 지출이 계속 늘어나는 것도 지방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이런 지방재정 여건을 파악하고 있으며, 범정부 재정분권 태스크포스(TF)에서 지방재정 확충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