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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에 벼락부자 됐다…트럼프 ‘석유 딜’ 이끈 베네수 배후

중앙일보

2026.09.02 13:00 2026.09.0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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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없었다면 에너지 안보 합의도 없었을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베네수엘라와 맺은 650억 배럴 규모 석유 협정의 핵심 인물로 떠오른 베네수엘라 재벌 알레한드로 베탕쿠르(46)에 대한 미국 정부 당국자의 평가다. 남미 좌파의 대부였던 우고 차베스 정권 시절 부를 쌓고 미국과 유럽에서 돈세탁 의혹으로 수사받았던 인물이 미국과 베네수엘라를 잇는 중개인을 넘어 현지 유전 개발까지 맡게 된 것이다. 미 악시오스 등 외신이 1일(현지시간) 그를 일제히 조명했다.

알레한드로 베탕쿠르(46). 사진 페이스북

알레한드로 베탕쿠르(46). 사진 페이스북



베탕쿠르는 29세 때 사촌과 세운 발전설비 업체 더윅 어소시에이츠를 통해 2009~2011년 차베스 정부로부터 약 50억 달러(약 6조8465억원) 규모의 발전소 건설 계약을 따내며 부를 쌓았다. 현재 순자산은 약 26억 달러(약 3조5602억원)로 추정된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당시 정부 사업으로 단기간에 부자가 된 젊은 사업가들은 ‘볼리치코(Bolichico, 볼리바르의 젊은이들)’로 불렸는데, 베탕쿠르도 그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차베스의 뒤를 이은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과는 2020년 관계가 틀어졌다. 당시 정부가 베탕쿠르가 참여한 합작 석유회사 페트로사모라의 지분을 압류하고 베네수엘라 내 그의 자산을 동결하면서다.

이후 반정부 활동에 나선 그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야권 사이의 중개인으로 변신했다. 트럼프 1기 때 야권과 베네수엘라 정·군 인사들을 연결했고, 모스크바까지 찾아가 러시아에 마두로 지원 중단을 요청하는 후안 과이도 측 서한을 전달했다.

트럼프 2기 들어 그의 역할은 더 커졌다. 지난해 델시 로드리게스 당시 부통령에게 마두로 이후 정부를 이끌 의향이 있는지 타진했고, 지난 1월 3일 미군이 마두로를 체포한 직후에는 로드리게스를 설득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의 대화를 주선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그는 양측을 오가며 마두로 축출 이후에도 석유 생산을 이어갈 방안을 논의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런 중개 역할은 이번 석유 협정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 거래”라며 발표한 협정은 엑손모빌이나 코노코필립스 같은 미국 석유 메이저가 직접 유전을 개발하는 대신 베탕쿠르가 지배하는 민간 석유업체 북미블루에너지파트너스(NABEP)가 개발·운영하고 미 정부가 주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NABEP는 미국 전체 확인 원유 매장량(약 460억 배럴)보다 많은 약 650억 배럴이 묻힌 유전 17곳을 100년간 운영한다. 미 국방부 전략자본국(OSC)은 NABEP 모회사 지분 35%를 확보하고, 미국은 생산 원유의 20%를 생산원가에 살 권리를 갖는다. 2022년 출범한 전략자본국이 해외 민간기업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EFE통신은 전했다. 미 정부가 직접 자금을 투입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베네수엘라 의회는 1일 협정을 승인했다.

미국이 NABEP를 앞세운 데는 기존 생산 기반을 활용해 원유 생산을 빠르게 늘리려는 계산이 깔렸다. NABEP는 하루 생산량을 2년 사이 1만8000배럴에서 약 20만 배럴까지 끌어올렸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도 2일 베네수엘라에 도착해 이번 협정 등에 따른 투자로 현지 산유량이 “향후 몇 년 안에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트 장관은 생산이 늘면 국제유가에도 하방 압력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베네수엘라 민간석유업체 북미블루에너지파트너스(NABEP) 개발 현장. 사진 공식홈페이지

베네수엘라 민간석유업체 북미블루에너지파트너스(NABEP) 개발 현장. 사진 공식홈페이지


다만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사업에서 빠지는 것은 아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지에서 사업을 이어온 셰브런은 오리노코 벨트 신규 광구와 모나가스 노르테 지역으로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탈리아 에너지 대기업 에니(Eni)와 인도 국영 석유기업 오일앤드내추럴가스공사(ONGC), 미국 전력·에너지 인프라 기업 GE버노바 등도 별도의 에너지 사업 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번 협정을 두고 “중국과 러시아 기업의 영향력 아래 있던 유전들을 미국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지정학적 기회”(AFP통신)라는 평가가 나온다. 협정 대상 17개 유전 중 6개는 중국·러시아 기업이 관리해온 곳이다.

미국 석유·가스 기업 엑손모빌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석유·가스 기업 엑손모빌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협정의 안정성과 경쟁 구도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2007년 차베스 정부의 자산 국유화 이후 철수한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는 법적 안정성과 계약 준수가 보장돼야 재투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로이터는 일부 석유기업이 미 정부가 NABEP 지분을 보유해 현지에서 경쟁자가 될 가능성과 베탕쿠르가 핵심 역할을 맡은 데 우려를 보인다고 전했다.

베탕쿠르의 과거 수사 이력도 논란거리다. 그는 지난 10년간 미국·스위스·스페인에서 돈세탁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아왔다. 지난달 27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마두로 체포 이후 미 고위 당국자들은 스위스 측에 사건을 형사처벌 없이 해결하고 베탕쿠르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영국에 머물던 베탕쿠르는 스위스가 영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면서 출국이 금지된 상태였다. 이후 스위스가 지난 5월 영국에 낸 범죄인 인도 요청을 철회하면서 출국 제한도 풀렸고, 미 국무부는 이듬달 그에게 1년짜리 복수입국 비자를 발급했다. 스위스 당국은 범죄인 인도 요청을 철회한 뒤에도 돈세탁 의혹에 대한 수사는 계속하고 있다. 베탕쿠르는 미국·스위스·스페인 등에서 관련 혐의로 형사 기소된 적은 없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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