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강은정(39) 씨는 두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다. 올해로 첫째는 11살, 둘째는 7살이 됐다. 최근 둘째 고양이의 구토 증상으로 동물병원을 찾은 강씨는 ‘이미 노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을 받고 놀랐다고 한다. 강 씨는 “두 고양이 모두 놀이하거나 점프하는 행동을 보면 아직도 아이 같은데 새삼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나 싶다”고 말했다. 이는 강 씨만의 생각이 아니다. 글로벌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7세 이상 고양이를 키우는 보호자 4명 중 1명은 자신의 반려묘를 여전히 활발한 ‘성묘’로 인식하고 있다(휴먼8·로얄캐닌).
올해 7세, 11세에 접어든 반려묘 두 마리. 고양이는 겉모습과 행동만으로 나이를 가늠하기가 유독 어렵다. 사진 중앙일보
고양이도 ‘초고령 사회’
과거보다 의료 기술과 돌봄 환경이 개선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리서치와 서울대 수의대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10세 이상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는 38.3%에 달한다. 8세 이상까지 범위를 넓히면 52.4%로 절반을 넘어선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산한 국내 반려묘는 2024년 기준 약 277만 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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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묘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노화 관리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수명을 늘리는 것 이상으로, 나이가 들어서도 잘 먹고 움직이며 일상을 유지하는 ‘건강 수명’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반려동물 전문가들은 질병이 나타난 뒤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정기검진과 체중 관리, 생활 환경 개선, 연령에 맞는 영양 관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7살 고양이, 사람 나이로는 44세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고양이의 노화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세계 고양이 수의사회’는 고양이의 첫 2년을 사람 나이 24세로 보고, 이후부터는 한 해에 4세씩 더하는 기준을 제시한다. 이에 따르면 7살 고양이는 사람 나이로 약 44세에 해당하며, 11살이면 60세로 노년기에 접어든다.
문제는 고양이의 경우 겉모습이나 행동만으로 나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야생에서 약점을 감추던 습성 때문에 통증이나 불편함을 쉽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반려묘 행동 전문가인 김명철 수의사는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통증을 철저히 숨기는 경향이 있다”며 “보호자가 외관상 이상 징후를 발견해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장기나 관절의 노화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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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에서 일어나는 침묵의 변화
물론 나이가 들었다고 모든 고양이가 같은 질환을 겪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신체 기능이 서서히 저하되고 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평소와 다른 작은 변화를 노화의 신호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제고양이의학회(ISFM)가 승인한 미국고양이수의사회(AAFP)의 2021년 노령묘 진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퇴행성 관절질환은 12세 이상 고양이의 최대 74%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고양이가 보내는 신호는 다리를 살짝 뻗고 눕거나 높은 곳으로의 점프할 때 주저하는 정도로 미묘하다.
신장과 인지 기능의 변화 역시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신장 질환은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량이 늘거나 식욕이 떨어지는 증상으로 시작한다. 11세 이후부터는 뚜렷한 이유 없이 울음이 늘거나 화장실 실수를 반복하는 등 인지 기능 저하의 징후를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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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해진 구간별 노화 관리
반려묘의 수명이 늘면서 노화 단계를 세분화해 신체 변화에 맞춰 영양 관리를 하는 움직임도 있다. 노화가 시작되는 7세와 신체 기능의 변화가 본격화되는 11세, 식욕과 소화 능력까지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15세의 관리법은 각각 다르다. AAFP에 따르면 7~11세 고양이는 대사량이 감소해 필요 칼로리가 줄어들지만, 12세 이상부터는 하루 에너지 요구량이 다시 늘어난다. 노화로 소화·흡수 효율이 떨어지면서, 같은 양을 먹어도 필요한 열량을 채우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펫푸드 업계도 노령묘 제품군을 생애 단계별로 세분화하고 있다. 펫푸드 브랜드 ‘로얄캐닌’은 고양이의 노화 단계를 7·11·15세로 나누고, 연령에 따라 달라지는 신체 기능을 영양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 노화 과정에서 변화하는 면역·소화·체중·관절·신장·피모·인지 기능 등 7개 영역을 고려한 ‘헬시에이지 7(HealthyAge7™) 콤플렉스’ 기술이 대표적이다. 신장 부담을 고려해서 인 함량을 조정하거나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씹기 편하도록 사료의 크기와 질감을 조정하는 것이 세분화 경쟁의 핵심이다. 특히 노령묘는 나이가 들면서 식욕이나 섭취량에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에, 보호자들은 기호성을 높이고 충분한 영양 섭취를 돕기 위해 건식 사료와 습식 제품을 병행하기도 한다. ‘시니어’ 하나로 묶였던 노령묘 시장이 사람의 생애주기만큼 촘촘해지고 있다.
노령묘는 나이가 들수록 식욕과 섭취량이 달라져 생애 단계에 맞춘 영양 관리가 필요하다. 사진 로얄캐닌
물론 영양 관리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10세 이상 고양이는 6개월마다, 15세 이상은 4개월마다 검진을 권한다. 평소 식사량과 음수량, 체중, 배변 습관, 점프 높이 같은 작은 변화를 기록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양이는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다. 작은 행동을 먼저 알아보는 일이 오래 함께 살기 위한 집사의 새로운 역할이다.
b.이슈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이슈를 건져 올립니다.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하고, 시대와 호흡해 성장하는 브랜드와 기업을 조명합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