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스튜어트에 위치한 마틴 카운티 법원에서 우즈가 사전 형량 조정(유죄인정) 심리에 출석한 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50)가 지난 3월 발생한 차량 전복 사고와 관련해 검찰과의 사전 형량 조정(플리바겐) 끝에 5년간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다. 정지 기간 중 단 한 번이라도 운전대를 잡을 경우 즉시 교도소로 직행한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틴카운티 법원의 대런 스틸 판사는 2일(현지시간) 열린 공판에서 우즈에게 5년간 운전면허 정지와 벌금형을 명령했다. 스틸 판사는 우즈를 똑바로 응시하며 “어떤 이유로든 다시 운전한다면 즉시 감옥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징역형 선고가 가능했던 ‘약물 운전(DUI)’ 혐의를 벗는 대신, 처벌을 순순히 수용하는 조건으로 ‘난폭 운전’ 등 감경된 혐의를 적용받아 가까스로 실형 위기를 넘겼다.
현지 경찰 체포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3월 27일 오후 2시께 플로리다주 주피터 아일랜드의 한적한 해변 주택가 도로에서 일어났다. 시속 30마일(약 48km) 제한 구역에서 랜드로버 SUV를 몰던 우즈는 앞서가던 청소 장비 트럭을 추월하려다 트레일러 모서리를 들이받았고, 차량이 중심을 잃으며 옆으로 전복됐다.
우즈는 조수석 창문을 기어 나와 탈출했으며, 출동한 경찰에게 “휴대전화를 보고 라디오 채널을 바꾸느라 전방을 주시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다행히 양측 모두 큰 외상은 없었으나, 현장 경찰관들은 우즈의 이상 징후를 즉각 포착했다. 알코올 호흡 측정에서는 음주 반응이 전혀 나오지 않았지만, 동공이 극도로 풀려 있었고 다리를 절며 비틀거리는 등 정상적인 신체 제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더욱이 그의 바지 주머니에서는 마약성 오피오이드 진통제인 하이드로코돈 알약 두 정이 발견됐다. 우즈가 현장에서 소변 약물 검사를 완강히 거부하면서 DUI 및 검사 거부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가 여자 친구 버네사 트럼프(왼쪽)와 함께 법정을 나서고 있다.AP=연합뉴스
“남을 믿느니 차라리…” 사생활 보호의 딜레마
수차례의 척추 수술과 다리 재건 수술로 수년째 만성 통증을 겪어온 우즈는 이번 사고 직후 “건강 회복에 전념하겠다”며 치료에 들어갔다.
이후 스위스의 전문 재활 클리닉에서 약물 의존 및 통증 관리 치료를 마친 뒤 지난 6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현장을 찾아 2028년 도입될 PGA 투어의 새로운 2부제 시스템을 직접 발표하는 등 행정가이자 개혁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이날 법정에는 우즈의 연인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 며느리인 버네사 트럼프가 동행해 곁을 지켰다. 평소 우즈와 각별한 골프 인연을 맺어온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즈는 정말 훌륭한 친구이며 매우 공정한 판결”이라며 “예전부터 기사를 두라고 조언했는데 이제는 정말 남이 운전해 주는 차를 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우즈는 직접 몰던 자동차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2009년 플로리다 자택 인근 소화전 충돌 사고로 사생활 스캔들이 촉발됐고, 2017년에는 처방약에 취해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잠들었다가 난폭운전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21년 2월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전복 사고로 다리 복합 골절 중상을 입기도 했다.
이번 판결로 우즈는 앞으로 5년간 합법적으로 차를 몰 수 없게 됐다. 사실 천문학적인 자산을 보유한 우즈가 그동안 전담 운전기사를 두지 않고 직접 운전대를 고집해 온 이유는 극단적인 ‘사생활 중시’ 성향 때문이었다.
데뷔 직후부터 측근이나 외부인을 불신한 우즈는 밀폐된 차 안에서 나누는 사적인 대화나 동선이 타인에게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왔다. 그런 우즈가 앞으로도 개인 운전기사를 전적으로 신뢰할 가능성은 낮다. 그나마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는 게 다행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