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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가인(歌人) 이동원을 추억하며

Los Angeles

2026.09.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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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진 / 문화기획사 에이콤 대표

이광진 / 문화기획사 에이콤 대표

어느덧 가을이다. 낙엽 위에 실려 온 이동원의 목소리가 쓸쓸함과 그리움으로 다시 찾아왔다. 스산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스며들 때면 우리 마음은 어김없이 그가 남긴 나직한 읊조림과 담백하고 깊은 울림의 계절로 회귀한다.  
 
이동원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올해로 5년이다.  그는 정호승의 ‘이별 노래’, 고은의 ‘가을 편지’,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 천상병의 ‘귀천’등 주옥같은 시들을 특유의 사색적인 음색으로 노래했다.  
 
그의 50년 음악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정점은 역시 1989년에 발표한 ‘향수’였다. 이 곡은 한국 현대 시의 개척자 정지용의 시에 이동원의 집념과 박인수 교수의 용기, 그리고 작곡가 김희갑 선생의 장인정신이 결합하여 탄생시킨 한국 최초의 크로스오버 명곡이자 국민 가곡이다.
 
 이동원과 미주 한인들과의 첫 만남은 7080 포크 음악 열풍이 불기 시작한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당시 패서디나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낭만 포크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었다. 이동원, 유익종, 이광준, 강인원, 임지훈, 김명상 등 실력파 포크 가수들이 출연한 무대에서 이동원을 공연 마지막 앤딩 가수로 세우면서 우리의 특별한 인연은 시작되었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던 그는 가을이면 가끔 전화 한 통만 남긴 채 청바지에 재킷, 헌팅캡을 쓰고 불쑥 LA에 나타나곤 했는데 그와 함께 발길을 옮겼던 멜로즈와 실버레이크 거리, 재즈 클럽 ‘The Baked Potato’, 라구나와 베니스 비치의 푸른 추억들은 지금도 가슴 한구석에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 그와 함께했던 또 하나의 기억이 떠오른다. ‘향수’ 발표 10주년을 맞이했던 2000년 가을, LA를 시작으로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필라델피아, 뉴욕으로 이어진 미국 5개 도시 순회공연 이다. 공연 기획 과정에서 박인수 교수가 사정으로 합류를 하지 못하게 됐다.
 
그래서 우리는 ‘향수’의 테너 파트 가수로 각 지역을 대표하는 성악가들을 출연시키는 파격을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현장의  열기를 한층 더 뜨겁게 달구는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지금도 눈에 선한 감동적인 장면은 ‘향수’ 노래가 끝난 직후 이동원의 리드로 전 관객이 돌림노래 형식으로 부른 김구 작사, 임동창 작곡의 ‘우리가 원하는 우리나라’를 부를 때였다. 가슴을 울리는 선율과 노랫말은 전 관객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준 순회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고 하늘로 돌아간 가인(歌人) 이동원, 그가 사랑한 시와  노래들은 이 가을 낙엽 되어 흩날린다.  

이광진 / 문화기획사 에이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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