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전 해외 범죄 전력이 시민권 심사에서 뒤늦게 드러나 30년 넘게 미국에 거주한 영주권자가 인터뷰 도중 체포됐다. 한국에서의 범죄 전력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인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필리핀 출신 영주권자 로레토 자바르(76)가 지난 6월 워싱턴주 투퀼라의 이민서비스국(USCIS) 사무실에서 시민권 인터뷰를 받던 중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됐다고 2일 보도했다.
자바르는 1995년 도미해 30년 넘게 거주하며 영주권도 여러 차례 갱신해 왔다. 그러나 시민권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약 50년 전 범죄 전력이 발목을 잡았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그는 1970년대 필리핀에서 한 명이 숨진 사건에 연루돼 약 3년간 복역한 바 있다.
ICE 측은 “자바르가 처음 미국 비자를 신청할 당시 범죄 전력을 밝히지 않았다”며 “이를 공개했다면 입국 자격을 얻지 못했을 것이며, 현재 역시 체류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가족 측은 당시 필리핀 국가수사국(NBI)의 신원조회 서류를 제출했었으며, 자바르가 미국 입국 후에는 범죄 전력 없이 성실히 살아왔다는 입장이다.
필리핀 이주민 권익단체 ‘탕골 미그란테 무브먼트’에 따르면 자바르의 구금은 NBI가 국토안보부(DHS)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법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발생한 범죄 전력 역시 이민 심사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천관우 이민법 변호사가 수임했던 한인 사례 중에는 수십 년 전 한국에서 발생한 폭행 전력이 영주권 심사 과정에서 뒤늦게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천 변호사는 “이민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해외 범죄 전력을 충분히 조회할 수 있다”며 “오래전 일이라고 해서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 지레짐작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어느 나라에서 발생한 범죄든 관련 질문에는 사실대로 답하고, 사건이 완전히 종결됐음을 증명하는 공식 서류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영주권 신분조정 신청서(I-485)와 시민권 신청서(N-400)는 해외에서 발생한 체포·기소·유죄판결 전력을 상세히 묻고 있다. 한국에서 사기·횡령·폭행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을 은폐했다가 적발될 경우, 해당 범죄 자체는 물론 허위진술 및 이민 사기 혐의까지 추가돼 가중 처벌받을 수 있다.
영주권을 수차례 갱신했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시민권 심사 단계에서는 과거 최초 비자 발급이나 영주권 취득 당시의 기록과 진술까지 소급해 재검토하기 때문에, 과거의 허위진술이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치명적인 결격 사유가 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