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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 전기료 미리 내라는 한전…“25조 금리가 얼만데” 셈법 복잡

중앙일보

2026.09.02 23:15 2026.09.03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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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한국전력공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부터 향후 5년치 전기요금 약 25조원을 미리 받아 반도체 산업단지 전력망 건설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00조원이 넘는 부채로 투자 여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한전채 추가 발행을 줄이면서 대규모 투자재원을 확보하려는 구상이다.

3일 전력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규모 전력 수요기업에 전기요금 선납제 참여를 제안하고 세부 조건을 협의하고 있다. 제안 규모는 삼성전자 20조원, SK하이닉스 5조원이다. 지난해 두 회사가 납부한 전기요금이 각각 4조1000억원과 9000억원인 점을 토대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치를 산정한 금액이다.

현재도 한전 고객은 앞으로 낼 전기요금을 미리 납부하고, 선납 기간에 따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한전은 이 제도를 대규모 투자재원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별도 특례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전기요금 선납제를 통한 전력인프라 투자 확대’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방안이 논의됐다. 한전 측 참석자는 양사로부터 2027년 말까지 월 2조원가량씩 나눠 받으면 약 1년치 차입을 대체하고, 사채발행배수(자본금·적립금 대비 한전채 발행 잔액)를 2배 이내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선납금에서는 매달 발생하는 전기요금을 차감하고, 남은 잔액에 대한 이자를 6개월마다 지급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이자율은 국고채 금리에 0.15%포인트를 더하고, 이자는 현금 대신 전기요금에서 깎아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한전 측은 기업의 참여 여부와 이자율, 선납 규모·기간 등 세부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있는 한전 본사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있는 한전 본사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한전이 전기요금 선납을 제안한 건 전력망 수요는 급증하는 데 비해 투자 재원 확보가 어려워서다.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등 대규모 투자 계획으로 전력 수요는 크게 늘어난 상태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요 전망에 따르면 2040년 최대전력 수요 전망치는 기존 전망보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부문에서 20.6GW(기가와트),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7.9GW 상향됐다. 반면 한전의 재무 상태는 악화하는 중이다. 한전의 부채는 지난 6월 말 기준 210조7000억원으로, 하루 이자 비용만 115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선수금으로 확보한 자금을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산업단지 전력망 건설에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전기요금 선납제도는 전력망 확충이 시급한 기업과 투자재원이 필요한 한전이 서로의 필요를 상호 보완해주는 제도라는 설명이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은 사채 이외의 자금조달 수단으로서 대규모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참여 기업은 무위험 자산에 대한 안정적 수익과 함께 신규 공장의 적기 가동을 담보 받을 수 있다”며 “국가적으로는 한전채가 흡수하던 시중자금이 민간 부문으로 흘러가 중소·중견기업 등 국내 기업 전반의 채권 발행 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전의 제안을 받은 반도체 기업의 셈법은 복잡하다. 한전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해야 할 채권을 사실상 기업들의 선납금으로 대체하는 것인 만큼, 기업 입장에선 일정 수준 이상의 금리는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측에 전력 설비의 안정적인 구축이라는 실익이 있지만, 반도체 업황과 금리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첨단 생산시설을 지을 수도 있는 수조 단위의 자금을 선납하는 것은 부담”이라며 “자금 운용의 유동성이 막히는 것은 물론, 미리 낸 돈에 대한 기회비용까지 감수해야 해 손익 계산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남수현.김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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