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홍수로 실종된 한국인 9명을 찾기 위해 입국한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가 3일부터 본격적인 수색 작업에 돌입한다. 네팔 정부는 당초 외국 구조대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뒤집고 한국에 구조대 파견을 요청했는데, 현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네팔 대규모 홍수로 연락이 두절된 한국인을 수색하기 위해 파견된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이 2일(현지시간) 네팔 라수와 지역 람체에서 어퍼트리슐리(UT)-1 수색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루 전인 2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도착한 KDRT 대원들은 곧바로 베이스캠프가 차려질 바타르로 이동했다. 당초 베이스캠프 예정지를 답사한 뒤 3일 사고 현장으로 이동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하루 앞당겼다. 바타르는 카트만두에서 차량으로 2시간 30분 가량 걸린다. 네팔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9명이 실종된 지점에서 70㎞가량 떨어진 곳이다. 이규호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을 구호대장으로 한 KDRT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방청 인원 등 44명으로 구성됐다.
KDRT는 이날 오전 네팔군과 수색 구역·방식 등을 협의한 뒤 실종자 찾기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 측이 본격적인 현장 수색 작업에 나서는 것은 지난 26일 홍수 발생 이후 9일 만이다. 정부는 홍수 발생 직후 한국인 실종자 수색을 위해 신속대응팀을 급파했지만, 네팔 당국과의 협의가 원활하지 않아 사고 지점에 대한 직접적인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헬기를 활용한 수색도 제한적으로 진행되는 등 현장 접근에 제약이 컸다.
2일(현지시간) 오전 네팔 수도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에 한국 정부가 파견한 해외긴급구호대(KDRT)가 도착해 장비 등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네팔 정부는 당초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구조대 파견 제안을 거부했다. 현지 매체 카트만두포스트는 지난 2015년 네팔 대지진 당시 해외 구조·구호팀이 몰리면서 현장 조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이번 판단에 영향을 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실종자를 둔 국가들의 외교적 압박이 이어지자 네팔 당국은 인도·중국 등의 전문 구조팀을 받아들였고, 이어 한국 정부에도 긴급구호대 파견을 요청했다. 영국·일본·스리랑카·방글라데시 등의 구조대는 아직 네팔 현장에 투입되지 않고 있다. KDRT는 육로·헬기를 활용해 이동하면서 고해상도 드론, 음향·영상·열화상 탐지기 등 총 18종의 장비를 동원해 수색에 나설 예정이다.
━
KDRT 투입, 현지서도 “이례적” 평가
한편 이번 KDRT의 수색 작업 투입을 두고 네팔 현지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네팔 정부가 인접국인 인도·중국을 제외하고는 다른 국가의 구조·구호대 파견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네팔 유명 언론인 겸 정치인인 리시 다말라는 전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뛰어난 수색 기술력과 재난 수습 능력이 좋게 평가된 것 같다”며 “한국이 네팔의 재난 상황 때마다 도움을 주는 등 외교적으로 신뢰가 쌓여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팔 유명 언론인 겸 정치인인 리시 다말라가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변민철 기자
그러면서 “네팔의 행정력으로는 이런 대형 재난을 홀로 수습하기 어렵다. 다른 국가의 구조·구호대를 받아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유럽 지역 등 여러 국가가 여전히 구조대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시 다말라는 수력발전소에서 일하던 직원들의 피해가 커진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네팔 독립전력생산자협회(IPPAN)에 따르면 현재 건설 중인 11개 수력발전소에서 한국인 등 900여 명이 고립됐거나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네팔은 풍부한 수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수력발전소를 곳곳에 건설하고 있다”며 “수력발전소를 지어 네팔의 부족한 전력 문제를 해결하고, 인접국에도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자적인 수력발전소 건설이 어려워 한국 등 외국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며 “한국인 9명을 비롯해 많은 실종자가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홍수는 네팔 역사상 가장 큰 홍수로 볼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라며 ”네팔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한국 당국에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