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다녀온’ 美링컨함…286일 작전에 녹투성이 ‘만신창이’
중앙일보
2026.09.03 00:03
2026.09.03 00:15
2일 태국 촌부리 람차방항에 입항하는 미국 항공모함 링컨함. 선체 곳곳에 녹이 슬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전쟁에 투입됐다가 2일(현지시간) 휴식과 정비를 위해 태국 람차방항에 입항한 미 해군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이 장기간 작전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 모습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CNN 방송에 따르면 링컨함은 지난해 11월 미국 샌디에이고 모항을 떠난 뒤 286일 동안 바다에 머물며 작전을 수행했다.
길이 355m에 달하는 선체 곳곳에는 녹이 흘러내린 흔적이 뚜렷했고 비행갑판 가장자리와 스폰슨으로 불리는 돌출 갑판 주변에도 녹과 이끼가 붙어 있었다.
미 군사전문매체 TWZ는 링컨함이 이란을 상대로 한 장기간 전투 임무를 수행하며 입항 없이 286일간 바다에서 버텼다면서 선체에 남은 흔적을 작전 과정에서 얻은 ‘훈장과 같은 상처’라고 평가했다.
TWZ는 선체 양측면은 물론 비행갑판 가장자리와 돌출 갑판 주변까지 녹이 흘러내린 모습이 확인된다며 "지구상 최강의 함정이자 미군 전력의 핵심 상징인 군함으로서는 놀라운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어 장기간 혹독한 작전을 수행한 결과라며 링컨함이 “지옥에 다녀온 것처럼 보였다”고 표현했다.
다만 CNN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링컨함이 약 9개월 동안 사실상 연속 작전을 수행한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외관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니미츠급 항공모함에서 근무했던 칼 슈스터 전 미 해군 대령은 “60일 이상 연속으로 바다에서 작전한 군함의 흘수선을 따라 녹이 발생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항해 중에는 녹을 제대로 제거하기 어렵다며 흘수선까지 내려가 녹을 긁어낸 뒤 방청용 페인트를 두 겹 바르고 다시 군함용 회색 페인트를 두 겹 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링컨함의 녹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에는 약 한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 해군 함정의 녹 문제는 과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의회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존 펠런 전 해군장관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함정의 녹 문제와 관련해 한밤중에도 전화를 걸었다며 “대통령이 ‘그놈의 녹을 당장 해결하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링컨함의 장기 배치는 단순히 선체 관리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장기간 해상 작전으로 보급 안정성과 승조원의 사기, 정신건강 관리 문제에 대한 우려도 계속 제기돼왔다.
TWZ는 링컨함의 상태를 특정한 작전 환경이 만들어낸 극단적 사례라고 평가하면서도 미국 항공모함 전력에 누적되는 부담 자체가 장기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항모 제럴드 포드함도 지난 5월 326일에 달하는 초장기 배치를 마쳤고,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역시 최소 8개월 동안 연속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기간 해외 작전이 반복되면서 미 해군 항공모함 전력의 가동률과 정비 여력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TWZ는 항공모함의 배치 기간이 길어질수록 승조원 관리뿐 아니라 정기 정비와 심층 정비, 성능 개량 일정에도 차질이 누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재홍([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