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여성의 자해 행위를 막으려고 입 안에 수건을 밀어 넣었다가 질식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소방 공무원들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형사4부(오대석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2명과 119구급대원 2명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이들 피고인에게 모두 무죄 평결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경찰관 2명은 2022년 8월 새벽 경남 거제시 한 길거리에서 혀를 깨물어 자해하려는 40대 여성 A씨의 입 안에 수건을 밀어 넣었다. 당시 A씨는 주취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이들 경찰관을 때리고 멱살을 잡는 등 공무집행방해죄로 현행범 체포된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자해를 시도하자 경찰관들이 인근 편의점에서 받은 수건을 A씨 입 안에 넣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경찰 구급 요청으로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 2명은 ‘A씨가 자해할 수도 있다’는 경찰의 말을 듣고 수건을 제거하지 않고 수건이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눌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A씨는 호흡 곤란으로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기도폐색성 질식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당시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질식 위험을 충분히 살피지 않는 등 필요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이에 경찰관 2명은 A씨의 자해 시도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지침과 적절한 장비가 없는 상황에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신속한 조처를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구급대원 2명도 당시 현장을 통제하던 경찰관 지시에 우선 협조해 초동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배심원의 무죄 평결을 참고한 재판부는 “A씨 생체 반응이 떨어졌고 자해 방지 목적이 달성돼 수건을 일단 제거하거나 대체할 물건을 활용하지 않아 다소 아쉽다”면서도 “자해라는 돌발적인 상황에서 질식사 위험까지 예견하면서 이를 회피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