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학부모들과 시민 등 400여 명이 온라인에서 만든 시민모임인 '프리해든스'가 7일 오전 11시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해든이 추모 및 작은 장례식'을 열고 항소심 재판부에 가해자 엄벌과 영유아 보호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9월 대구에서 생후 42일 된 신생아가 친부에게 머리를 맞아 숨졌다. 잠을 자지 않고 보챈다는 이유였다. 아이 아빠는 아이가 숨지자 시신을 인근 야산에 묻었다.
한 달 뒤 전남 여수에서는 태어난 지 133일 된 ‘해든이’가 친모의 반복적인 폭행과 방치 끝에 목숨을 잃었다. 엄마는 생후 2개월 무렵부터 두달에 걸쳐 아이를 집어 던지거나 발로 차는 등 학대를 이어갔다. 그러다 10월22일, 해든이를 폭행한 뒤 물이 채워진 욕조에 방치했고 아이는 끝내 숨졌다. 아이 몸에서는 23곳의 골절과 뇌출혈이 확인됐다.
3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5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두 아기를 포함해 지난해 아동학대로 숨진 아동은 38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아동학대 판단 건수는 줄었지만 사망자는 전년(30명)보다 8명 늘었다. 숨진 아동 가운데 1세 미만 영아는 18명으로 47.4%를 차지했다. 6세 이하 영유아는 21명으로 전체의 55.3%였다.
지난해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는 6만3166건으로 전년보다 1만2924건(25.7%) 늘었다. 중복 신고 등을 제외하고 실제 조사한 5만7705건 가운데 아동학대로 최종 판단된 사례는 2만3648건이었다. 전년보다 844건(3.4%) 감소했다. 신고 대비 학대 판단율은 2024년 52.0%에서 지난해 41.0%로 11%포인트 낮아졌다.
학대 사건에 대한 조사 업무가 공공으로 넘어간 뒤 학대 판단 건수와 판단율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2020년부터 기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맡던 현장 조사와 학대 판단을 지방자치단체 아동학대전담공무원에게 이관했다. 학대 판단 건수는 2021년 3만7605건에서 2022년 2만7971건, 2023년 2만5739건, 2024년 2만4492건에 이어 지난해 2만3648건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판단율도 72.2%에서 41.0%로 떨어졌다.
복지부는 판단율 하락이 과거 단순한 훈육으로 생각했던 경미한 사례까지 적극적으로 신고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사와 의료인, 보육교직원 등 신고의무자의 신고는 1만104건에서 9268건으로 8.3% 감소했다. 전체 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1.5%에서 16.1%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현행 아동학대 조사 방식을 유지하면 아동학대 판정률은 계속 낮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난달 26일 인애복지재단과 경상남도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연 국제학술세미나에서도 이런 문제점이 지적됐다. 현재 아동학대 여부를 조사하고 판단하는 일은 지방자치단체 전담공무원이 맡는다. 하지만 담당자가 순환보직으로 자주 바뀌고 근무 기간도 짧아, 다양한 학대 사례를 접하며 전문성을 쌓기 어렵다는 것이다. 학대 여부가 불분명한 사건을 경험 많은 전문가와 함께 검토하고 조언받을 체계도 부족하다.
강지영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이런 구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담당자가 책임이 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학대 여부를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전담공무원 수를 늘리고 기피 업무에 인센티브를 줘 장기 근무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정 기간 같은 업무를 맡으며 전문성을 쌓는 전문관 제도와, 어려운 사건을 숙련된 전문가가 수시로 검토·자문하는 체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남의 한 지자체에서 아동학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A씨는 “처음 맡는 업무이다 보니 판단이 쉽지 않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인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한편, 복지부는 이달부터 아동학대 의심 사망사건을 심층 분석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신고와 조사, 보호 과정에서 놓친 위기 신호가 없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