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버니걸 잠입취재부터 DMZ 평화행진까지…미 여성운동 대모 스타이넘 별세

중앙일보

2026.09.03 05:42 2026.09.03 13:3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1960~70년대 미국 여성운동을 이끈 언론인이자 사회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2일(현지시간) 뉴욕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2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2006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제17회 ‘글래머 올해의 여성상’ 시상식에 참석한 모습. AFP=연합뉴스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2006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제17회 ‘글래머 올해의 여성상’ 시상식에 참석한 모습. AFP=연합뉴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타이넘 재단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스타이넘이 사랑하는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졌다고 밝혔다.

1934년 오하이오주 톨리도에서 태어난 스타이넘은 스미스대를 졸업한 뒤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1963년엔 뉴욕 플레이보이클럽에 종업원인 버니걸로 취업해 여성 종업원들이 겪는 저임금과 성차별적 노동 환경을 잠입 취재한 기사로 유명세를 얻었다.

1968년 잡지 ‘뉴욕’ 창간에 참여한 스타이넘은 다음해 여성해방운동을 조명한 기고문을 발표하며 여성운동가로 주목받았다. 1971년에는 전미여성정치회의를 설립했다.

1972년 공동 창간한 여성주의 잡지 ‘미즈(Ms.)’에선 낙태권과 동일임금, 가정폭력 등 당시 여성 잡지들이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던 문제를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이후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와 평등권 헌법수정안(ERA) 비준 등을 위한 활동을 이어갔다.

스타이넘은 한반도 평화운동에도 참여했다. 2015년 5월 노벨평화상 수상자 2명을 포함한 15개국 여성평화운동가 30명과 북한을 방문한 뒤 경의선 육로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통과했다. ‘위민크로스 DMZ’로 이름 붙인 이 행사를 통해 스타이넘은 이산가족 상봉, 평화협상 과정의 여성 참여 등을 촉구했다. 당초 판문점을 걸어서 통과할 계획이었지만 한국 정부가 안전 문제를 들어 허가하지 않아 버스로 경계를 넘었다. 스타이넘은 2019년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열린 경기DMZ포럼에도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위민크로스 DMZ(WCD)참가자들이 2015년 5월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일랜드 노벨평화상 수상자 메어리드 매과이어, 라이베리아 출신 노벨평화상 수상장 리마 보위, WCD명예위원장이자 여성계 대모인 글로리아 스타이넘. 중앙포토

위민크로스 DMZ(WCD)참가자들이 2015년 5월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일랜드 노벨평화상 수상자 메어리드 매과이어, 라이베리아 출신 노벨평화상 수상장 리마 보위, WCD명예위원장이자 여성계 대모인 글로리아 스타이넘. 중앙포토

2013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은 스타이넘에게 미국 최고 권위의 민간인 훈장인 대통령 자유훈장을 수여했다. 그의 회고록 ‘길 위의 인생’은 2020년 영화 ‘더 글로리아스’로 제작됐다. AP통신은 “스타이넘이 활동가로서 생애의 상당 부분을 길 위에서 보내며 대학과 지역사회, 집회와 행진 현장에서 연설했다”고 평가했다.



이근평([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