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혁신장관회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을 향해 투자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미국 내 반도체 투자가 미진할 경우 고강도의 표적 관세를 예고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경고를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을 거론했다.
러트닉 장관은 2일(현지시간) 미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혁신장관회의 도중 CNBC에 “표적화되고 신중한 반도체 관세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서(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대가(관세)를 치를 각오를 하라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달 27일 미 폴리티코 보도와 관련된 것이다. 폴리티코는 미 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투자와 연계한 고강도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며, 대상을 반도체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서버 등 완제품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국가별 관세율·쿼터 설정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에 대해 러트닉은 “정확히 맞다”고 확인했다. 또 “TSMC는 애리조나에 2650억 달러(약 360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마이크론은 2500억 달러(약 340조원) 규모의 메모리 공장을 짓는다. 이 두 회사만으로도 5000억 달러(약 680조원)가 넘는다”며 “관세 정책이 작동하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이 다음 주 미국에 추가적인 200억~300억 달러(약 27조~4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후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선 관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보내는 경고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회자가 “SK나 삼성 입장에선 경고를 받은 것처럼 여겨진다”고 묻자 “그들은 이곳에 공장을 지을 것이고, 지을 필요가 있다. 공장을 짓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두 기업은 이미 미국에 투자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 달러(약 50조원) 이상을 들여 파운드리(위탁생산)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40억 달러(약 5조원)를 투입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추가 투자를 압박 중이다. 러트닉은 지난 7월에도 “인공지능(AI) 필수 부품의 글로벌 부족 현상 해결을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며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 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기업에 불리한 영향이 없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을 향해 또다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투자를 압박했다. 그는 이날 “일본과 한국이 있다. 이 모든 사람이 연료를 싣고, 석유를 싣고,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그 밖의 모든 일을 하기 위해 알래스카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과 한·일 간의 무역 합의로 한국이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약 480조원), 일본의 5500억 달러(약 750조원) 중 상당 부분이 해당 프로젝트에 투입될 가능성을 거론해 왔다. 하지만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미국 쪽의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직접 투자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