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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네가 내라, 내 벌금!”

Chicago

2026.09.0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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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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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보고 기간이 연장되었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은 세금 납부 기간도 함께 연장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연장되는 것은 신고서 제출기한일 뿐, 세금 납부기한은 원칙적으로 4월 15일이다.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고객은 몇 달 뒤 벌금과 이자가 붙은 고지서를 받게 된다. 대부분의 고객은 작은 벌금에도 몹시 화를 낸다. 돈에 인색해서가 아니다. 그 돈을 왜 내게 되었는지, 미리 알았다면 피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자신이 정당하게 대우 받았는지를 함께 판단한다.
 
1979년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발표한 ‘전망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같은 금액의 이익보다 손실에서 더 큰 고통을 느낀다. 이를 ‘손실회피’라고 한다. 특히 벌금은 돈을 내고도 얻는 것이 없는 순수한 손실이다. 여기에 “누군가 제대로 알려 주기만 했어도 내지 않았을 돈”이라는 생각이 더해지면, 작은 벌금에도 큰 분노를 일으킨다. 고객이 마감을 알고도 미루었다면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거나 필요한 안내를 제 때 하지 않았다면, 고객에게 벌금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다. 신뢰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나는 당신을 믿고 돈까지 지불했는데, 왜 당신의 무관심 때문에 내가 손해를 보아야 하는가?”
 
직원들의 사소한 업무 누락으로 고객에게 불편을 드리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는 일이지만, 초기 대응이 적절하지 않으면 고객의 실망을 키우게 된다. 실수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가 발견된 뒤의 태도다. 신속히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일을 가볍게 여기거나 오히려 고객에게 부담을 돌리면, 작은 실수도 신뢰를 잃게 만드는 커다란 잘못이 된다.
 
공정성 연구로 유명한 ‘최후통첩 게임’이란 것이 있다. 두 사람 중 한 명에게 100불을 나눌 권한을 주고, 다른 사람에게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거절할 권한을 준다. 제안을 받아들이면 두 사람 모두 제시된 금액을 받고, 거절하면 둘 다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경제적 이익만 생각한다면 아무리 적은 금액을 제안해도 받는 편이 낫다. 100달러 가운데 1달러만 준다고 해도 1달러를 받는 것이 아무것도 받지 않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실험에서 사람들은 지나치게 불공정한 제안을 자주 거절한다. 자신도 돈을 받지 못하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상대방을 응징하는 것이다. 고객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전문가를 찾는 일이 번거롭고 비용이 더 들더라도,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끼면 떠난다.
 
벌금이 적다는 말은 아무런 변명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적은 벌금이라도 고객은 “당신은 내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전문가의 역할은 서류 한 장을 제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고객이 무엇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알려 주고, 우리가 맡은 일은 끝까지 확인하며, 문제가 생기면 고객보다 먼저 나서서 해결하는 것까지가 우리가 해야 할 책임이다.  
 
고객이 전문가에게 요구하는 것은 완벽함이 아니다. 자신의 업무를 기억하고, 확인하고, 실수했으면 즉시 알리고,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다. 그런데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1년이 지난 뒤에도 바로 잡지 않으며, 결국 그 일을 고객에게 떠넘긴다면 그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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