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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LG엔솔 한국인 구금사태 1주년] 대규모 투자 뒷받침할 인력관리 절실

Atlanta

2026.09.0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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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부, 비자 신설 아닌 규정 재협의로 "땜질 미봉"
한국 근로자 대거 체포는 ICE의 공포 단속 희생양
1년 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317명 등 450여명이 불법 노동 혐의로 체포됐다. 국토안보부가 단일 장소에서 진행한 역대 최대 규모의 이민 단속이었다. 해당 사태는 관점에 따라 누구든 순식간에 불법체류자로 몰려 신체의 자유 등 본질적 기본권 마저 박탈당할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인에게 일깨웠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자 추방에 속도를 내라고 현장 요원들에게 다그치자 시대에 뒤떨어진 이민법과 자의적 집행 체계가 허점을 드러냈다. 애틀랜타 중앙일보는 다국적 기업 이민 전문 변호사, 전임 외교관, 경영학 교수, 글로벌 컨설팅사 연구원 등의 진단과 제언을 종합해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의 근본적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했다. 이메일·전화·화상으로 8명을 여러 차례 인터뷰했다.
 
▶낡은 이민법·모호한 비자 정책 여전


지난해 구금됐던 한국 근로자 중 170명이 ESTA(전자여행허가)로 입국했고, 146명은 B1(사업)·B2(관광) 비자로 일했다. 이민국(USCIS)에 따르면 두 비자 소지자는 비즈니스 회의, 계약, 현지 근로자 교육, 해외구매 장비의 설치·점검·보수 등의 포괄적 활동이 가능하다. B1은 통상 전문직 비자로 통하는 ‘H-1B’를 일부 대체하기도 할 만큼(B1 in Lieu of H-1B) 해외 기업 인력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비자다. 주멕시코 미국 외교관 출신의 로렌 로크 이민전문 변호사는 “기업들이 단기 인력 파견 시 B1 또는 ESTA에만 의존하는 것은 의회가 적합한 비자 제도를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배터리 공장 건설에는 수백명의 기술자가 수개월 동안 필요한데 미국에는 이러한 상황을 위해 고안된 비자 카테고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미 양국은 사태 이후 워킹그룹을 가동했지만 기존 USCIS가 명시한 B1·ESTA 비자 성격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의회에서 한국인 전용 비자가 도입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로크 변호사는 “미 정부가 이민법을 일관성 없이 해석해 결국 양국이 재협상을 통해 공동 팩트시트를 내놔야 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B1 규정상 건설 작업은 불법 노동으로 간주되지만 건설을 감독·교육하는 것은 합법으로 간주된다. ICE 요원들은 이러한 세세한 비자 지식이 없다. 요원 훈련은 단기적인 총기 사용이나 전술 작전 훈련에 그칠 뿐이며 이들에게 국제 관계나 기업의 필요를 고려해 움직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셉 권 테네시주 이민 전문 변호사는 “양국 정부의 협의는 권위를 가진 새 해결책을 고안해 낸 게 아니라 기존 규정을 명확히 하는 데 그쳤다”며 “기계 설치, 수리, 소프트웨어 교육, 시범 생산이 같은 날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제조업 공장에 수십 년 전 만들어진 이민법을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캐런 웨인스톡 변호사 역시 “현재 이민법은 1952년에 만들어졌다. 글로벌 제조 환경이나 노동환경 국제화 추세를 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여전히 ‘노동(work)’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 (구금 사태는)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고 세간의 이목을 끌고(Make headlines) 싶었던 ICE 요원들이 만든 결과”라고 했다.
 
▶현지 실정 무시하는 ‘빨리빨리’보다 준법 우선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한 반이민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기업의 노무관리 리스크는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민 전문 로펌 ‘고엘 앤 앤더슨’의 박영욱 파트너 변호사(버지니아주)는 “해외 인재 유치를 원하는 기업과 대규모 이민을 막으려는 정치권 간 힘의 다툼이 지난 20년간 이민법 균형을 이뤄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그 밸런스가 깨졌다. 어떤 기업이든 더이상 외국인을 들여와선 안된다는 것이 공화당 기조”라고 전했다.
 
반이민적 정치 분위기 속에서 인사 리스크 관리 1차 책임은 기업에 있다. 컨설팅사 디 아시아 그룹(TAG)의 알렉산더 에이드 선임연구원은 “2024년 대선 기간 동안 이민 정책이 국가적 화두로 떠오른 만큼, 미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며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당국의 강화된 감시를 예상했어야 했다”고 짚었다.
 
김의진 조지아텍 경영대학원 교수는 “현대차는 대규모 장기 투자 계획을 수립하면서 인력 관리 전략은 부재했다. 어디까지 외부 하청 인력을 쓰고 한국 인력을 얼마나 파견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내부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했는데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면서도 아웃소싱에서 발생하는 법적 리스크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하청의 불법 고용 문제가 단순 벌금이 아닌 공장 가동 지연이라는 거대한 비용 손실을 만들어 낸 만큼 협력사를 아우르는 전사적 인사(HR)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는 “자동차는 5~6%의 좁은 마진 싸움이고 특히 현대차는 환율로 수익을 방어하는 전략을 주로 취하다 보니 인건비 낮추는 것에만 집중해왔다”며 “비용을 줄이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 것”으로 설명했다.
 
컴플라이언스 전략 수립이 일반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수민 애틀랜타 알스턴&버드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업무 협약을 맺을 때 협력업체가 비자 및 신원 확인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그렇지 않을 시에 계약을 해지하는 통제 장치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며 “많은 한국 기업이 현장에 당장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민단속) 상황이 다소 나아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조지아주만 해도 ICE의 단속 활동이 최근 훨씬 잦아졌다”며 “선제적인 컴플라이언스 경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지 소통 강화로 전화위복 계기 삼아야


기업이 법적 문제에 휘말렸을 때 지지해주거나 반대로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주체가 지역사회다. 현대차 구금사태 당시 현지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불합리한 이민 단속이 해외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조지아주 내 한국계·친한파 선출직이 많은 점은 한국 기업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에이드 연구원은 “향후 경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정부 관계자와 긍정적 관계를 쌓는 것 외에도 한국 기업이 국가 공급망 안보 강화, 일자리 창출, 산업 기반 활성화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상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LG엔솔과 현대차는 사태 이후 현지 채용 프로그램과 사회공헌 활동을 크게 늘렸다. 현대차는 작년 12월 공장 인근에 ‘모빌리티 트레이닝 센터’를 개관, 1회 최대 824명의 현지 자동차 제조 기술자를 배출하며 기술 이전 성과를 내고 있다.
 
컨설팅사 브리징 컬처 월드와이드의 돈 서더턴 최고경영자(CEO)는 “구금 사태는 현대차 공장 전체가 아닌 특정 시설에서 상황을 관리하거나 감독할 현지인 경영자가 부재한 가운데 일어났다”며 “협상을 중재하거나 조율할 현지 인력이 있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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