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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여성의 나이 듦의 이중잣대

Los Angeles

2026.09.0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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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현 시인, 극작가

장소현 시인, 극작가

여성의 나이는 함부로 묻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예의로 되어 있다. 그만큼 여성들이 나이에 민감하다는 뜻이겠다. 특히, 스물에서 서른, 마흔으로 앞자리 숫자가 바뀔 때 한층 민감한 모양이다.
 
“나이 드는 일은 모든 여성의 삶에서 가장 큰 비극이며, 틀림없이 가장 오래가는 비극이다.” 수전 손택의 말이다.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불리던 문화비평가이자 작가인 수전 손택(1933-2004)은 에세이집 ‘여자에 관하여(On Women)’에서 여성의 나이 듦에 관한 현실과 이 세계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의 진실을 명료한 언어와 지적인 유머로 풀어낸다. 곱씹어 새길만 한 내용들이다.
 
참고로, ‘여자에 관하여’는 저자 사후 20년 만에 발간된 에세이집으로, 50년도 더 지난 글들인데 “지금의 한국 사회와 정면으로 맞닿는”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서, 오늘날에도 설득력을 갖는다.
 
“여성의 삶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도덕적 타락이 바로 자기 나이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여성은 (…) 자신을 탄압하고 실질적 불만족을 일으키는 그 모든 그릇된 통념에 상징적으로 동의하는 것과 같다. 여성은 나이를 속일 때마다 자기 자신을 온전한 인간이 되지 못하도록 막는 공범이 된다.”-수전 손택 ‘여자에 관하여’에서
 
손택은 1972년 40대를 눈앞에 둔 39세에 이가글을 썼는데, 그 역시 앞자리가 바뀌는 해가 두려웠다고 털어놓는다. “매년 생일, 그중에서도 특히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해의 생일은 새로운 패배로 느껴진다. 마흔 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여성은 사실 서른아홉일 때와 거의 다르지 않은데도 이날을 하나의 전환점처럼 느낀다.”
 
나이 듦이 유독 여성에게만 비극인 까닭은 “여성의 아름다움에는 오직 소녀의 아름다움이라는 한 가지 기준만 허용되기” 때문이라고 손택은 지적한다. 우리 문화가 남성의 경우에는 소년의 아름다움과 남성의 아름다움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허용하지만, 여성에게는 오직 소녀의 아름다움이라는 한 가지 기준만 허용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여성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시기는 지극히 짧다. 그래서 여성은 삶의 후반기인 3분의 2에 해당하는 시기를 “나이의 침략에 맞서 자신을 창조(그리고 유지)해야”만 한다. 화장, 피부관리, 다이어트, 성형수술 등등….
 
특히, 손택은 여성이 아름다움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단지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고, “심각한 형태의 반감, 혐오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반감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노화에 맞서지 않는 여성은 마녀로 취급당하는 사회적 편견 때문이다.
 
여성들이 나이 듦의 이중잣대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여성에게는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 여성은 그저 친절한 것이 아니라 현명해지기를 염원할 수 있다. 그저 쓸모 있는 것이 아니라 유능해지기를, 그저 우아한 것이 아니라 강해지기를 원할 수 있다. 그저 남자와 자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야심을 품을 수 있다. 여성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이 들며 이 사회의 나이 듦의 이중잣대에서 비롯된 통념에 적극적으로 불복하고 저항할 수 있다.”-수전 손택 ‘여자에 관하여’에서
 
“여성은 얼굴에서 자신이 살아온 삶이 드러나게 해야 한다”고 손택은 말한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이 먹기…. 실제로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그렇게 당당하고 품위 있게 나이 든 이들이 많다. 배우 캐서린 헵번이나 오드리 헵번, 가수 존 바에즈 등 노년의 당당한 모습 참 멋있다. 그 아름다움은 물론 내면에서 우러난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감….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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