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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주차장 짓자고 한인 업주 내쫓아

Los Angeles

2026.09.0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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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우드, 환승시설에 몰 철거
20여 업소에 "90일내 나가라"
4·29폭동 이겨낸 한인 또 시련
"18년 일군 터전 폐업할 처지"
다음 달 폐업을 앞둔 샘 정 대표가 매장에서 고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다음 달 폐업을 앞둔 샘 정 대표가 매장에서 고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8 LA올림픽을 위한 개발이 수십 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지역 소상공인들의 생업 터전을 허물고 있다. 잉글우드시가 올림픽 경기장 셔틀 환승 거점을 건설하기 위해 최근 마켓 스트리트와 플로렌스 애비뉴 일대 쇼핑센터 부지를 확보해 철거하면서 20여 개 업소가 퇴거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해 온 ‘잉글우드 뷰티 서플라이’의 샘 정(69) 대표는 현재 폐업 세일을 진행 중이다. 정 대표는 18년간 이곳에서 뷰티 서플라이와 미용실을 운영해 왔으나, 시정부의 개발 프로젝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폐업을 결정해야 했다.
 
그는 “1000대 규모의 주차장을 만들겠다며 18년간 일군 생업 터전에서 나가라고 한다”며 “권리금뿐만 아니라 단골과 지역에서 쌓은 영업 기반도 자산인데, 이에 대한 보상도 없이 이전비만 이야기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시정부가 해당 쇼핑센터 부지를 매입해 철거하는 배경에는 LA올림픽이 있다. 잉글우드시는 지난 2018년부터 메트로 K라인과 소파이 스타디움, 기아 포럼, 인튜이트 돔 등 경기장 지구를 연결하는 ‘잉글우드 트랜짓 커넥터(ITC)’ 사업을 추진해 왔다. 올림픽을 앞두고 2억8750만 달러를 투입해 셔틀버스 및 환승시설을 전환했다.
 
해당 지역은 메트로 K라인 다운타운 잉글우드역 남쪽의 마켓 스트리트와 플로렌스 애비뉴 교차로다. 이에 시정부는 정 대표의 뷰티 서플라이를 비롯해 20여 개 업소가 입점한 쇼핑센터를 철거하고 대규모 주차장과 버스 환승시설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7월에는 정 대표 업소 등 23곳에 90일 이내 퇴거를 통보했다.
 
잉글우드시는 올림픽 교통난 해소와 함께 침체된 마켓 스트리트 상권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보도와 조명, 상점 외관 개선 등에 850만 달러를 투입하고 환승객을 유치해 유동 인구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제임스 버츠 잉글우드 시장은 지난 8월 지역 매체 LA로컬에 “이 사업은 도시 전체를 위한 일”이라며 “업주들이 겪는 어려움에 공감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상권 활성화를 명목으로 기존 상권을 일궈 온 소상공인들을 내보내는 데 대해 업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한 채 하나둘씩 업소를 비우고 있다
 
정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사업체를 운영하며 고객 대부분이 단골이 될 정도로 주민들과 깊은 유대를 쌓아왔다.
 
정 대표는 “리스도 3년이나 남았는데 오는 10월까지 가게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퇴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시정부가 구체적인 보상액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보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현재 자비로 사업체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시정부가 알선한 매장은 2700스퀘어피트 규모에 월 임대료가 1만1000달러로, 현재 업장보다 좁은 반면 임대료 부담은 더 크다. 여기에 화장실과 전기, 냉난방 시설 등을 새로 설치하는 데만 약 20만 달러가 든다는 견적까지 받았다.
 
정 대표는 “은퇴를 앞두고 수십만 달러를 다시 투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원치 않는 이전인데 투자비와 사업 위험까지 업주가 전적으로 떠안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정 대표는 이민 직후 뷰티 서플라이 사업을 시작했으나 1992년 4·29 폭동 당시 큰 피해를 입었다. 이후 재기에 성공해 지금의 매장을 운영해 왔으나, 또다시 생업 터전을 잃을 처지에 놓이면서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정 대표는 “올림픽을 위해 왜 소상공인이 평생 일군 사업의 손실까지 떠안아야 하느냐”며 “보상액도 확정하지 않은 채 퇴거 날짜부터 정해 대책 없이 사업을 접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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