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7월 이후 13개월 만에 1360원대를 기록하고 있는 1일 서울 시내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 정보가 나와 있다. 뉴스1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하면서 기업의 달러 예금 잔액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었다. 수출기업은 달러 팔기를 늦추고 수입기업은 적극적으로 달러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7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 예금 잔액은 3일 기준 총 769억8300만 달러(약 103조8886억원)로 집계됐다. 5대 은행 합산 통계가 존재하는 2021년 5월 이후 최대 규모다.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에도 763억4000만 달러로 한 달 만에 69억500만 달러 늘었다. 이달 들어 3영업일 만에 6억4300만 달러 더 쌓였다.
이 가운데 기업의 달러 예금 잔액은 633억2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두 달여 만에 250원 넘게 하락하면서, 기업들이 달러를 쌓아두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환율은 지난 4일 야간 거래에서 1345.0원을 기록하며 2024년 10월 8일(장중 저가 1344.6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이 내려가면서 수출기업이 원화 환전을 미루면서 예금으로 쌓아두고, 달러가 필요한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달러를 매입하면서 거래 대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인의 달러 예금 잔액 역시 136억8100만 달러로 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로 올라섰다.
여기에 개인의 미국 주식 투자 수요 등이 증가하면서, 달러 환전액도 늘었다. 5대 은행에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한 금액은 이달 들어 3일까지 총 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8월에는 3억8900만 달러로 올 1월(5억600만 달러) 이후 가장 많았다. 반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한 금액은 8월 1억1100만 달러로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한편 엔화 예금도 증가세다. 5대 은행의 지난 3일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1조1243억3000만 엔(약 9조7110억원)으로 2024년 10월 말(1조1542억2000만 엔) 이후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8월 말(1조827억4000만 엔)에 비해 415억8000만 엔 늘었는데, 8월 한 달 증가액(438억4000만 엔)과 맞먹는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850원대까지 내려가자, 엔화를 싸게 사두려는 개인 수요가 늘었다. 이달 들어 3일까지 원화를 엔화로 환전한 금액은 총 63억엔으로 집계됐다. 사흘 동안의 환전액이 8월 한 달 환전액(282억3000만 엔)의 22%에 이른다. 8월 한 달 환전액 역시 전년 대비 27.6%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