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수형 기자]고 전경철 작가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마지막까지 이루고 싶어 했던 꿈은 여전히 세상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증 발달장애인이 부모의 부재 이후에도 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 자신의 아들로부터 시작된 한 아버지의 간절한 바람은 이제 또 다른 가족들을 위한 약속으로 남았다.
전경철 작가의 별세 소식이 지난 5일 전해졌다. 불과 지난달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중증 자폐 아들을 키우며 마주한 현실과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어려움을 알렸던 터라 안타까움은 더욱 커진 분위기.
하지만 비보 속에서도 전 작가가 세상에 내놓은 이야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전 작가는 생전 성인 중증 자폐인과 가족들을 위한 '피터팬 재단' 설립에 힘을 쏟았다. 단순히 자신의 아들이 지낼 곳을 마련하는 것을 넘어, 부모의 돌봄이 사라진 뒤에도 발달장애인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 꿈을 말로만 남겨놓은 것도 아니었다. 전 작가는 자신의 책 인세와 개인 후원금 등을 보태 지난달 총 4억4760만 원에 이르는 재단 설립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기도. 투병 중에도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아들과 자신처럼 막막한 현실을 마주한 가족들을 위해 사용한 셈이다.
[사진]OSEN DB.
그가 '피터팬'이라는 이름에 담은 의미 역시 여기에 있다. 몸은 성인이 됐지만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중증 발달장애인들은 부모가 늙거나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 전 작가는 자신의 아들을 돌보면서 이 문제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마주했고, 개인의 희생만으로 감당해서는 안 되는 현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특히 지난달 '유퀴즈' 출연은 그의 목소리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닿는 계기가 됐다. 방송에서 전 작가는 자신의 투병보다 자신이 없어진 뒤 남겨질 아들의 삶을 걱정했다. 아들의 거처를 찾아 전국 곳곳을 헤맸던 과정과 중증 발달장애인을 둔 부모가 겪는 막막함이 알려지면서 방송 후 그의 뜻에 공감한 이들의 후원도 이어졌다.그동안 가족 안에서 감당해야 할 문제로 여겨지기 쉬웠던 중증 발달장애인의 성인기 돌봄 문제가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순간이었다.
이후, 전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 '유퀴즈' 측도 그의 마지막 꿈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제작진은 "마지막까지 발달장애인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길 꿈꾸셨던 전경철 작가님"이라며 "남겨주신 그 마음, 오래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애도했다.
전 작가가 생전 바랐던 것도 결국 자신과 아들만을 위한 특별한 기적은 아니었다. "다시는 이 땅에 피터팬이라는 이유로 세상 밖으로 내몰리는 아이가 없어야 한다. 더는 길이 보이지 않아 자식과 자신을 포기하는 부모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남긴 고인. 그가 남긴 이 말은 별세 이후 오히려 더 묵직한 질문이 됐다.
자녀가 어릴 때부터 평생 돌봄을 감당해온 부모가 더 이상 그 역할을 할 수 없게 됐을 때 누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인가. 성인이 된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난 뒤에도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는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세상에 물음표를 던진 것.
전경철 작가 개인의 삶은 멈췄지만 그가 꺼내놓은 문제까지 함께 사라져서는 안 된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움직임이 일시적인 안타까움으로 끝나지 않는 일. 그가 만들고자 했던 '피터팬 재단'과 발달장애인 공동체의 꿈, 무엇보다 "더 이상 세상 밖으로 내몰리는 아이와 부모가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남았다.
비보 속 그나마 그의 목소리가 여전히 세상을 향해 가고 있다. 고인을 향한 추모가 그가 남긴 뜻을 기억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길, 또 다른 '피터팬'과 그 가족들이 더는 막다른 길 앞에 홀로 서지 않는 세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