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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간청해도…‘아프간 명장’ 퇴역 떠민 美 국방부 막장 암투

중앙일보

2026.09.06 19:17 2026.09.0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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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미군 철수 작전 당시 포착된 크리스토퍼 도너휴 당시 미 육군 소장. AP=연합뉴스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미군 철수 작전 당시 포착된 크리스토퍼 도너휴 당시 미 육군 소장. AP=연합뉴스

야간 투시경에 비친 군복 차림 인물 사진 한 장으로 널리 각인된 장군이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퇴역한 크리스토퍼 도너휴(57) 미 육군 유럽·아프리카사령관(대장)이다. 사진은 5년 전 아프가니스탄으로 거슬러 간다.

2021년 8월 30일 오후 11시 59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공항에 있던 미 C-17 수송기 5대 중 마지막 수송기가 이륙했다. 당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설정한 철수 시한(8월 31일)을 1분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20년에 걸친 미군의 아프간 주둔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수송기에 가장 나중에 탄 군인이자 사진의 주인공이 당시 아프간 철수 작전을 지휘한 도너휴 82공수사단장(소장)이었다. 지휘관이 마지막 수송기에 오르며 작전을 종료하는 공수부대 전통에 따라서다. 사진병이 이 장면을 야간 투시경으로 촬영했다. ‘아프간의 마지막 미군 장병’이란 수식어로 세계에 알려졌다.

하지만 장군의 책임감 있는 탈출 장면은 그를 퇴역으로 내몬 발단이기도 했다. 철수 작전 종료 나흘 전 카불 공항 게이트에서 이슬람공화국(IS)의 자살 폭탄 테러가 터졌다. 미군 13명과 아프간인 170여 명이 숨졌다. 당시 야인(野人)이던 도널드 트럼프(현 미국 대통령)는 “바이든 정부는 실패한 작전으로 테러가 나도 책임지는 장성이 없다”며 공세를 폈다. 지난해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주도로 장성을 줄줄이 숙청한 계기 중 하나다.

도너휴는 헤그세스가 함부로 흔들기엔 군내 기반이 탄탄한, 신망 높은 장군이었다. 도너휴는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한 뒤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육군 최정예 대(對)테러부대인 ‘델타 포스’ 출신이다. 이라크전에 참전하는 등 특수전 작전과 지휘·통제에 능통했다. ‘한 세대에 나올까 말까 한 명장(名將)’으로 불렸다. 2021년 아프간에서 철수한 뒤로도 유럽 주둔 18공수군단장(중장), 육군 유럽·아프리카 사령관(대장)으로 승승장구한 배경이다.
크리스토퍼 도너휴 전 미 육군 유럽 ·아프리카사령관(대장)이 지난 6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지휘권 이양식에서 경례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크리스토퍼 도너휴 전 미 육군 유럽 ·아프리카사령관(대장)이 지난 6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지휘권 이양식에서 경례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실전 경험이 많아 투박할 것 같지만, 아이디어도 많았다. 유럽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때는 드론(무인 항공기)이 전장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를 것을 내다보고 드론 및 드론 요격기, 인공위성,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동부전선 억제구상’을 추진하기도 했다.

도너휴는 트럼프 2기 출범 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연합군을 지휘하는 차기 미 유럽사령관으로 유력했다. 댄 케인 합참의장이 강력하게 추천했지만 다른 인사가 임명됐다. 그러자 랜디 조지 육참총장과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이 도너휴를 차기 육군참모총장 후보로 다시 천거했다. 하지만 측근을 요직에 지명하고 싶어 한 헤그세스가 모두 반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오른쪽)이 지난해 12월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군 유해 송환식에서 경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오른쪽)이 지난해 12월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열린 미군 유해 송환식에서 경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헤그세스는 지난 3월 조지 총장을 통해 도너휴에게 사임서를 내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조지는 오히려 도너휴를 감싸다 4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해임됐다. 드리스콜도 친구인 JD 밴스 부통령과 도너휴의 만남을 주선해 그를 육참총장으로 밀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헤그세스의 훼방으로 무산됐다. 드리스콜도 최근 사임했다.

도너휴의 구명을 위해 뛴 조니 언스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도너휴에게 “육군 미래사령부를 맡아 구상을 펼쳐보는 게 어떠냐”고 마지막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도너휴는 “헤그세스가 나를 원할까”라며 지난달 27일 스스로 퇴역했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담백한 퇴장이었다. 뉴욕타임스(NYT)가 6일 보도한 미 국방부의 장성 인사 막전 막후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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