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시론] AI 시대엔 달라져야 할 수학 인재 교육

중앙일보

2026.09.07 08:16 2026.09.07 13:3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권오남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

권오남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

‘필즈상(Fields Medal)’은 세계수학자대회에서 4년마다 수여하는 상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릴 만큼 권위가 높다. 얼마 전에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국제수학자대회에서 수상자 네 명이 발표됐다. 그중 왕훙 뉴욕대 교수와 덩위 시카고대 교수는 100년 넘게 남아 있던 난제들을 푼 중국 국적 학자다.

중국 수학자 2명, 필즈상 수상
한국은 수학 흥미도 최하위권
수업과 평가 방법 모두 바꿔야

수학자인 필자는 세상이 수학에 주목하는 시점에 이런 질문을 던져 본다. 우리는 학교에서 무엇을 수학이라고 가르쳐 왔는가. 이 질문이 시급한 이유가 있다. 필즈상 수여에 앞서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출제된 여섯 개를 여섯 곳의 인공지능(AI)이 모두 풀어 만점을 받았다. 사람의 개입 없이 제한 시간 안에 모두 풀었다니 놀랍다. 같은 문제를 푼 학생 666명 중 만점자는 7명이었다.

AI가 풀 수 있다면 그동안 우리가 가르쳐 온 수학은 무엇이었나. 그것은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답에 도달하는 능력이다. 학교는 그에 따라 학생을 평가하고, 경시대회는 재능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대입은 수학 성적을 보고 진로를 나눈다. 수능 수학은 30문항을 100분에 푼다. 한 문항에 3분 20초다.

정답보다 과정을 보자는 말은 오래됐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부족하다. AI는 풀이와 증명을 함께 내놓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구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 그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풀 것인지 스스로 고르고 그 이유를 말하는 일이다. 답이 맞아도 각자가 특정한 문제 풀이 경로를 고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면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둘째, 다른 해법과 견주는 일이다. 두 방법으로 문제를 풀게 하고 어느 쪽이 왜 나은지 말하게 하면 된다. 셋째, 앞에 놓인 증명에서 허점을 찾는 일이다. AI의 답변은 형식을 갖췄지만 그럴듯하게 틀린다. 빠진 한 단계를 알아보지 못하면 오류는 그대로 통과다. 이들 셋은 모두 지금 우리 교실에서 평가하지 않는 것들이다.

수학 관련 국제 학회에서 한국 사례를 발표하면 늘 같은 질문이 돌아온다. 학생들의 성취는 세계 최상위 수준인데 학생들의 흥미도는 왜 하위권인가. 평가하지 않는 능력은 학생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정답과 속도만 재는 평가를 고집하는 동안 수학은 억지로 견뎌야 하는 과목이 됐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세 가지는 시켜서 되지 않는다. 스스로 붙들려는 흥미가 있어야 길러진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는 4년마다 초등 4학년생과 중 2년생의 수학·과학 성취도(TIMSS)를 조사한다. 2023년 TIMSS에서 한국은 두 학년 모두 성취도가 세계 3위였다. 하지만 2025년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수학에 흥미가 있다는 중3은 40.7%였다.

정서의 문제가 아니다. 수학에 대한 자기효능감은 성취를 강하게 예측하는 변수로 확인됐고, 인과는 한 방향이 아니다. 이공계로 향하는 학생일수록 자기효능감이 높다. 중3의 자신감 하락은 3년 뒤 대입에서 이공계 지원율의 선행지표다. 흥미는 그 자체로 목표가 아니라 그 능력이 자랄 토양이다.

세 가지가 바뀌어야 한다. 평가와 수업, 그리고 그 둘에 쓸 문항이다. 첫째, 평가는 판단과 설명을 보는 문항으로 바뀌어야 한다. 채점의 객관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정당하다. ‘국제 바칼로레아(IB)’를 도입한 공교육 학교들의 수학 외부평가는 정답 여부가 아니라 추론과 정당화의 과정을 채점한다. 교사들은 실제 학생 답안으로 채점 실습과 채점자 간 표준화 훈련을 받는다.

둘째, 교실에서는 AI가 내놓은 증명을 학생이 검토하고 반박해 보는 수업이 필요하다. AI를 금지할 것이 아니라 AI의 답을 심사하게 해야 한다. 교사에게 그 수업을 설계할 시간과 자료를 주는 것이 먼저다.

셋째, AI의 답을 심사하는 문항이 쌓여야 한다. 대학의 수학·수학교육 연구자와 현장 교사가 함께 문항과 채점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만들게 하는 문항도 있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수능에 서술·논술형을 넣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 결과가 어느 쪽이든 문항과 채점 기준은 있어야 한다. 10월 말 시안이 나오기를 기다릴 일이 아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권오남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