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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겼나, 안 옮겼나…신다인 ‘2벌타’ 미스터리

중앙일보

2026.09.07 15:29 2026.09.0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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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다인이 1번 홀 그린에서 볼을 놓고 있다. SBS골프 캡쳐

신다인이 1번 홀 그린에서 볼을 놓고 있다. SBS골프 캡쳐

지난 6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OK저축은행 오픈에서 신다인이 오소 플레이로 2벌타를 받았다. 신다인은 벌타를 합쳐 합계 5언더파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사건은 최종라운드 1번 홀에서 됐다. KLPGA 최소라 경기위원회 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다인은 첫 퍼트 전 볼을 원래 있던 자리에서 손가락 한 마디 정도 움직였다”고 했다.

신다인은 억울하다고 했다. “볼을 다른 곳에 옮겨 놓지 않았다. 챔피언조 1번 홀이어서 카메라와 관중이 많은데 그렇게 할 사람이 어디 있느냐.”

경기위는 물러서지 않았다. “벌타가 확실하며, 신다인 선수도 경기 후 이를 인정했다.”
신다인. 사진 KLPGA

신다인. 사진 KLPGA


신다인의 설명은 달랐다. “경기위원회가 ‘원래 자리에서 0.1㎝만 어긋나도 벌타다. 초정밀 화질에 고속영상으로 보면 나온다’고 하더라. 스코어카드 제출 후 15분이 넘으면 정정도 안 된다고 했는데 이미 그 시간을 넘겨 항의를 포기했다. 그래서 ‘이렇게 하면 안 걸릴 선수가 어디 있느냐’고 말하고 나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초정밀 화질이란 것 자체가 없더라.”

본지는 문제의 영상을 직접 여러 번 돌려 봤다. “옮긴 걸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KLPGA 투어는 “신다인이 볼을 오른쪽으로 옮겼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동영상을 보니 손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듯 보였다.

그런데 계속 돌려 보니 손은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듯했으나 볼은 결국 원래 자리(혹은 근처)에 놓여 있었다. 굳이 따지면 1㎝ 차이. 물론 사람 눈은 주관적이고, 중계 카메라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신다인의 의도가 있었다면 설명이 될까. 볼을 홀 쪽이 아니라 좌우로 살짝 옮겨두면 유리할 때가 있다. 2017년 ANA인스퍼레이션에서 렉시 톰슨이 그렇게 했다가 4벌타(오소 플레이 2벌타, 오기 스코어카드 서명 2벌타)를 받고 연장에서 우승을 놓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좌우로 옮기려는 유혹은 스파이크 자국이 많아 울퉁불퉁한 자리를 피해야 하는 짧은 퍼트에서 생긴다. 신다인의 퍼트는 20m가 넘었다. 옮겨서 얻을 이득이 거의 없는 거리다. 그린 상태가 나빴다면 보수하면 그만이었다.

이상한 건 또 있다. 원래 벌타 상황이 나오면 경기위는 스코어카드 제출 전에 선수를 불러 현장이나 영상을 함께 확인한다. 이번엔 그 절차가 없었다. 신다인은 “6번 홀에서 벌타를 고지하길래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안 된다고 하더라”고 했다. KLPGA는 “명백한 벌타 상황이라 통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했다.

취재해 본 바로는, 그렇게 단정할 만큼 명백한 상황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거리를 둘러싼 진술도 엇갈린다. 신다인은 “경기위원이 처음엔 손가락 한 마디라고 하더니 나중엔 손가락 반 마디라고 하더라”고 했다. 최소라 팀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손가락 한 마디라고 했다”고 맞섰다.

지난 주 KG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신다인. 사진 KLPGA

지난 주 KG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신다인. 사진 KLPGA

KLPGA는 “제보자들은 5㎝ 넘게 옮겼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서울신문은 “1㎝가량 떨어진 곳에 내려놓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손가락 한 마디, 반 마디, 5㎝, 1㎝ — 같은 순간을 두고 나온 숫자가 이렇게 제각각이다.

왜 이런 혼선이 생겼을까. 단서는 사건의 시작점에 있을지도 모른다. 신다인이 공을 마크하고 캐디에게 건네자, 캐디는 볼을 닦은 뒤 원래 있던 자리 앞쪽이 아니라 마커 뒤쪽에 내려놓았다. 볼과 핀 사이가 멀어 마커 위치가 잘 안 보일 때 선수와 캐디들이 흔히 쓰는 방식이다.

리플레이스는 선수가 직접 해야 하는데, 캐디가 원래 자리에 볼을 놓으면 선수가 실수로 그냥 퍼트해버릴 수 있어서다. 신다인은 퍼트 전 볼을 마커 앞쪽 원래 자리로 다시 옮겨 놓고 스트로크했다.

한 골프 규칙 전문가는 이 지점을 짚었다. “캐디가 마크 뒤에다 놓은 볼을 선수가 볼 앞으로 옮겨 놓은 걸 보고 사람들이 제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KLPGA 경기위원회가 그 제보를 받고 벌타를 줬다가, 이를 철회하기 어려우니 1㎝라고 정정한 것으로 보인다.”

KLPGA는 이 해석을 부인했다. “캐디가 마커 뒤에 놓은 볼을 선수가 옮겨 놓은 것을 혼동한 건 아니다.”

정리하면 이렇다. 경기위원회는 벌타라는 확신을 가지고 6번 홀에서 신다인에게 이의제기조차 할 수 없는 벌타를 줬다. 그런데 그 확신의 근거가 되는 영상은, 적어도 본지가 직접 돌려 본 바로는 그 확신만큼 명백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벌타를 부과한 근거가 정확히 몇 ㎝인지는, KLPGA 안에서조차 말이 엇갈린다.

2벌타가 없었다면 신다인은 단독 4위로 상금을 약 3000만원 더 받았을 것이다. 벌타 고지 이후 흔들린 심리로 남은 홀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기회 자체를 잃었을 가능성도 있다. 신다인은 “위원회가 내가 볼을 옮겨 놓은 것처럼 말해 명예가 손상된 게 가장 아프다”고 했다.

본지가 확보한 해당 장면 영상을 아래에 첨부한다. 옮겼는지 아닌지는 독자가 직접 보고 판단해 보시기 바란다.

성호준·고봉준 기자

성호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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