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서정 기자] 김히어라가 파격적인 연기 변신과 밀도 높은 열연으로 연극 ‘플리백’의 마지막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배우 김히어라는 지난 6일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린 연극 ‘플리백’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약 3개월간의 여정을 마쳤다. 한국 초연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김히어라는 홀로 무대를 이끄는 여성 1인극에 도전해 매회 강렬한 에너지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플리백’은 영국 극작가이자 배우 피비 월러-브리지가 현대인의 고독과 자기파괴적인 욕망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작품이다. 2013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TV 시리즈로도 제작되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극 중 김히어라는 런던에서 기니피그 카페를 운영하는 플리백 역을 맡았다. 거침없는 언행과 냉소적인 유머를 일삼는 플리백은 친구를 잃은 상실감과 죄책감, 외로움과 자기혐오를 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김히어라는 예측할 수 없는 플리백의 돌발적인 행동부터 깊숙이 감춰둔 상처까지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높은 수위의 대사와 과감한 표현도 거리낌 없이 소화하며 기존 작품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능청스러운 표정과 몸짓, 거침없는 대사로 관객들의 웃음을 이끌어내다가도 한순간에 인물의 깊은 고독과 상처를 끄집어내는 등 극과 극의 감정을 자유롭게 오갔다. 자칫 자극적으로만 보일 수 있는 플리백의 행동 이면에 자리한 결핍과 아픔까지 설득력 있게 쌓아 올리며 캐릭터에 깊이를 더했다.
무엇보다 김히어라의 진가는 관객과 직접 호흡하는 1인극 형식에서 더욱 빛났다. 객석을 향해 즉흥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관객의 반응을 받아들이며 공연 초반부터 자연스럽게 거리를 좁혔다. 극이 끝날 때까지 이어진 자유로운 소통은 단순한 분위기 전환을 넘어 관객을 플리백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장치로 작용했다.
유쾌한 웃음으로 시작해 서서히 드러나는 외로움과 상실, 자기혐오와 진심까지 촘촘하게 그려낸 김히어라의 연기는 관객을 플리백의 삶 속으로 끌어당겼다. 인물의 거침없는 모습과 그 이면의 여린 상처를 동시에 보여주며 공감과 몰입을 이끌었다.
다채로운 작품에서 개성 강한 캐릭터를 소화해 온 김히어라는 ‘플리백’을 통해 다시 한번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홀로 무대를 책임지는 1인극부터 블랙코미디, 관객과 즉각적으로 호흡하는 공연 방식까지 새로운 도전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장르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배우로서의 저력을 입증했다.
김히어라는 “처음에는 한국에서 ‘플리백’을 처음 선보인다는 것, 그리고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를 책임져야 한다는 게 굉장히 큰 도전이었다. 3개월 동안 공연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이 작품을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보다 그냥 플리백을 만나러 무대에 간다는 마음이 더 커졌던 것 같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이어 “배우 한 명이 무대에 서 있지만 사실 혼자 하는 공연은 아니었던 것 같다. 관객이 함께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공연이었고, 그래서 매 공연이 조금씩 다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3개월 동안 플리백을 만나러 와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함께 플리백을 만들어주셨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플리백을 향해서는 “이제 좀 쉬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동안 너무 열심히 도망 다녔으니까. 이제는 굳이 웃기려고 하지 않아도 되고,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되고, 외로우면 외롭다고 말해도 된다. 나도 너를 만나서 정말 즐거웠고, 많이 배웠다”고 애정 어린 작별 인사를 건넸다.
‘플리백’을 통해 한층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김히어라는 곧바로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오늘(8일)부터 오는 10월 4일까지 서울숲 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음악극 ‘까라마조프의 자매들’에서 까라마조프가의 둘째이자 대필 작가 이반 역을 맡아 또 다른 변신을 선보일 예정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