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 베트남계 커뮤니티의 본산 ‘리틀 사이공’의 정치력이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이미 리틀 사이공은 OC 정치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이제 주류 정계도 주목하는 미국 내 베트남계 정치력의 중심으로 발돋움했다.
리틀 사이공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는 세대교체와 함께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1992년 토니 람이 웨스트민스터 시의원에 당선되며 전국 최초의 베트남계 선출직 공직자가 된 이후 30여 년 동안 베트남계 정치인들은 시의회에서 연방의회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리틀 사이공은 웨스트민스터와 가든그로브를 중심으로 형성된 전국 최대 규모의 베트남계 커뮤니티다. 현재 리틀 사이공의 정치력을 상징하는 인물은 2024년 OC 베트남계 최초로 연방하원에 진출한 데릭 트랜(민주)이다. 오는 11월 45지구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트랜의 상대는 역시 베트남계인 추옹 보이다. 6월 예비선거에 출마한 후보 6명 중 5명이 베트남계였다는 점은 앞으로도 45지구에서 베트남계가 맹위를 떨칠 것이란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가주 의회에서는 2022년 당선된 트리 타(공화) 70지구 하원의원이 3선을 노린다. 지난 2014년 전국 최초의 베트남계 주 상원의원이 됐고 2020년엔 하원의원을 지낸 재닛 우엔(공화)은 현재 OC 1지구 수퍼바이저를 맡고 있다.
리틀 사이공의 베트남계 정치력은 지금도 성장 중이다. 최근 수년 동안 남쪽으로 진출하며 샌타애나에도 베트남계 밀집 거주 지역을 형성했다. 그 결과, 2020년 1지구에서 타이 비엣 판이 시 사상 최초의 베트남계이자 아시아계 여성 시의원이 됐다.
베트남계 정치력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토대는 선출직 정치인의 첫 단계인 시의원 선거에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웨스트민스터는 대표적인 사례다. 현 시장 치 찰리 우엔과 에이미 판 웨스트(1지구), 마크 우엔(3지구), 남콴우엔(4지구) 시의원까지 총 5명 중 4명이 베트남계다.
11월 선거에도 여러 베트남계 후보들이 출마한다. 시장 선거에서 우엔 시장에게 도전하는 후보 4명 중 2명은 베트남계다. 4지구의 남콴우엔 시의원의 경쟁 후보 3명 중 2명도 베트남계다.
OC 베트남계 정치력의 현주소는 ‘베트남계 정치인이 몇 명인가’라는 차원을 넘어섰다. 시의회에서 연방하원에 이르는 정치적 사다리가 구축됐고, 선거 때마다 후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적 기반, 이들이 당선되도록 돕는 조직적 기반도 갖췄다.
‘보트 피플’이란 아픈 과거를 지닌 리틀 사이공 유권자들은 일찌감치 정치력 신장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베트남계들은 오래전부터 교육위원회, 수도국, 위생국 등 특수지구 선거에 꾸준히 출마하며 리틀 사이공의 영향력을 키워왔다. 베트남계 단체들도 선거가 열릴 때마다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이며 힘을 보탰다.
OC 한인사회 정치력이 베트남계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시기도 있었다. 고 정호영씨가 가든그로브 시의회에 진출, OC 최초의 한인 시의원이 된 시기는 토니 람이 웨스트민스터 시의원이 된 1992년이다. 출발선이 같았던 셈이다. 심지어 연방 하원의원(미셸 박 스틸, 영 김)도 한인사회가 베트남계 커뮤니티보다 4년 먼저 배출했다. 그러나, 한인사회 정치력의 현주소는 베트남계 커뮤니티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
다행히 11월 선거엔 OC지역에서 역대 최다인 6명의 한인이 출마한다. 교육위원 선거에도 4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한인 정치력에 활기를 불어넣을 때가 온 것이다.
선거는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리틀 사이공의 정치력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따라잡을 기회로 삼아보자. ‘부러우면 지는 거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 첫걸음은 한인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다. 2020년 대선 당시 OC 전체 투표율은 87%였다. 베트남계 투표율은 85%로 한인의 79%를 훌쩍 넘어섰다. 일단 투표율을 확 끌어올려 보자. 한인 사회를 보는 외부의 시선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