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넷플릭스)에서 우울증에 걸린 정다은(박보영)이 찻길에 뛰어드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똑같아요. 아내도 기억이 전혀 없대요. 약 기운이 떨어진 채 새벽에 깨버리면 통제가 안 되는 거죠.”
최의종씨와 동갑내기 아내는 같은 동네, 같은 초등학교 친구였다. 인생의 소울메이트인 아내가 우울증에 걸리자 아내를 살리려고 공부를 시작했다. 김종호 기자
최의종(43)씨의 아내는 7년 전 중증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병이 심해지면서 “죽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죠. 게임회사에서 일하며 우울증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최씨였습니다. 무너진 아내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그는 아내를 살리기 위해 공부를 시작합니다. 의대 교과서부터 논문까지 관련 자료를 샅샅이 뒤지며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돌봤는데요, 남편의 노력 덕분에 아내는 이전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 내 아내는 우울증입니다
Q : 우울증이 있기 전, 아내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A :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어요. 입담이 좋아서 어딜 가도 인기가 많았죠. 아내 직업이 임상병리사거든요. 조직검사로 병명을 밝히는 일을 하는데, 당시 암센터에서 근무했어요. 중증 암환자를 매일 만나면서 언제부턴가 그들의 좌절감을 같이 느끼거나, 돌아가신 분을 보며 자책하더라고요.
Q : 어떤 모습을 보고 “아내가 우울증이구나” 알아챘나요?
A : 말수가 확 줄고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더라고요. 불러도 대답 없고 그저 허공만 봐요. 2~3시간을 멍하니 있으니까 ‘문제가 있다’고 알게 됐죠.
Q : 바로 병원에 갔나요?
A : 아뇨. 당시만 해도 정신병원에 선입견이 클 때였어요. 특히 병원에서 일하는 아내 입장에선, 정신과에 가면 직장에서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저도 “병원 가자”고 말하는 게 상처가 될까 봐 삶의 방식을 바꿔보자고 한 거죠. 제가 집안일을 해서 아내를 쉬게 해주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고요.
Q : 그래서 아내에게 도움이 됐나요?
A : 전혀요. 오히려 급속히 나빠졌어요. 제가 집안일을 다 하면서 아내는 움직일 일이 더 없어졌어요. 그때부턴 방에 틀어박혀 울기 시작했어요. 울다 지치면 자고, 일어나면 또 울어요. 무슨 일 나겠다 싶더라고요.
# 죽고 싶다는 아내, 그를 말리는 남편
Q : 병원에 갈 때, 아내 상태는 어땠나요?
A : 숨을 잘 못 쉬었어요. 손발 떨고, 말 걸거나 문 닫는 소리에도 깜짝 놀라고요. 밥을 먹어도 아무 맛이 안 느껴진대요. 먹지 않으니 점점 말라가고, 이 상태가 계속되니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더라고요.
Q : 죽고 싶다는 말을 남편에게도 했나요?
A : 그 말을 달고 살았어요. 온몸을 바르르 떨며 얘기하는데, 안쓰러워 눈물이라도 글썽이면 ‘남편이 더 슬퍼하기 전에 끝을 내자’ 또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그때마다 진심으로 아내를 위로하며 마음을 달랬어요. 그런데 “죽고 싶다”는 말은 차라리 괜찮습니다. 도와달라고 SOS 치는 거거든요. 문제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을 때죠. 주로 캄캄한 밤에 일이 생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