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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이 저렇게 멀고 훤히 다 찍히는데…공 몇㎝ 옮겼다고?

중앙일보

2026.09.08 08:02 2026.09.0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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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신다인의 오소 플레이 논란이 불거진 경기 장면. KLPGA 경기위원회는 신다인이 공을 잘못 놓았다고 판정해 2벌타를 부과했다. 선수는 오소 플레이는 없었고, 벌타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며 항변했다. [사진 SBS골프 중계화면, KLPGA]

지난 6일 신다인의 오소 플레이 논란이 불거진 경기 장면. KLPGA 경기위원회는 신다인이 공을 잘못 놓았다고 판정해 2벌타를 부과했다. 선수는 오소 플레이는 없었고, 벌타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며 항변했다. [사진 SBS골프 중계화면, KLPGA]

지난 6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OK저축은행 오픈에서 신다인이 오소 플레이(공을 옮겨 치는 행위)로 2벌타를 받았다. 최종합계 5언더파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다.

최종라운드 1번 홀에서 나온 문제의 장면에 대해 최소라 KLPGA 경기위원회 팀장은 “신다인이 첫 퍼트에 앞서 볼을 원래 자리에서 오른쪽으로 손가락 한 마디 정도 움직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선수는 “챔피언조 1번 홀이라 카메라와 관중이 많은데 그렇게 할 사람이 있겠느냐”며 억울해 했다.

경기위는 “경기 후 선수도 인정했다”고 주장했지만 신다인의 설명은 달랐다. “경기위원회가 ‘초정밀 화질의 고속영상으로 보면 (해당 장면이) 나온다’고 하더라. 스코어카드 제출 후 15분이 넘으면 정정이 안 된다고도 했는데, 이미 시간을 넘겨 항의를 포기한 것”이라면서 “알고 보니 그 초정밀 화질 영상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실제로 중계 영상 속 그의 손은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볼은 결국 원래 자리(혹은 근처)에 놓였다. 굳이 따지면 1㎝ 차이. 물론 사람 눈은 주관적이고, 중계카메라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볼을 좌우로 살짝 옮겨두면 유리할 때가 있다. 울퉁불퉁한 자리에서 시도하는 짧은 퍼트 경우다. 2017년 ANA인스퍼레이션에서 렉시 톰슨이 그렇게 했다가 4벌타(오소 플레이 2벌타, 오기 스코어카드 서명 2벌타)를 받고 연장에서 우승을 놓친 사례도 있다. 다만 신다인의 퍼트는 20m가 넘어 옮겨서 얻을 이득이 거의 없었다.

이상한 건 또 있다. 경기위는 벌타 상황시 스코어카드 제출에 앞서 선수를 불러 현장이나 영상을 함께 확인하는 절차를 생략했다. 신다인은 “벌타 고지를 받고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안 된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KLPGA는 “상황이 명백해 통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거리 관련 진술도 엇갈린다. 신다인은 “경기위원이 처음엔 손가락 한 마디라더니 나중엔 반 마디로 말을 바꿨다”고 했다. 최소라 팀장은 “시종일관 손가락 한 마디라고 했다”는 입장이다. KLPGA는 “5㎝ 넘게 옮겼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하고 서울신문은 “1㎝가량 떨어진 곳에 내려놨다”고 보도했다. 중계진은 3㎝를 언급했다. 손가락 한 마디와 반 마디, 5㎝와 3㎝ 그리고 1㎝까지. 같은 상황에 대한 숫자가 이렇게 제각각이다.

당시 신다인이 마크하고 건넨 볼을 캐디가 닦은 뒤 마커 앞쪽 대신 뒤쪽에 내려놓았다. 볼과 핀 사이가 멀어 마커 위치가 잘 안 보일 때 선수와 캐디들이 흔히 쓰는 방식이다. 리플레이스는 선수가 직접 해야 하는데, 캐디가 원위치에 볼을 놓을 경우 선수가 실수로 그냥 퍼트할 수 있어서다. 신다인은 퍼트 전 볼을 마커 앞쪽 원래 자리로 옮겨 놓았다.

한 골프 규칙 전문가는 이 장면을 혼선의 원인으로 추정했다. “캐디가 마크 뒤에 내려놓은 볼을 선수가 앞으로 옮기는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이 (혼동해) 제보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경기위원회가 벌타를 줬다가 뒤늦게 철회하긴 어려우니 1㎝라 정정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대해 KLPGA는 “캐디가 마커 뒤에 놓은 볼을 선수가 옮겨 놓은 상황을 혼동한 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경기위는 확신을 가지고 신다인에게 이의제기조차 할 수 없는 벌타를 줬다. 그런데 근거가 되는 장면은 확신만큼 명백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벌타를 부과한 근거가 정확히 몇 ㎝인지는 KLPGA 내부에서조차 말이 엇갈린다.

2벌타가 없었다면 신다인은 단독 4위로 상금을 약 3000만원 더 받을 수 있었다. 벌타 고지 이후 심리적으로 흔들려 남은 홀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기회를 놓쳤을 가능성도 있다. 신다인은 “명예가 손상된 게 가장 아프다”고 했다.





성호준.고봉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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