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축제가 열린 부산 강서구 명지시장에 전어를 맛보기 위해 방문객이 몰렸다. 송봉근 객원기자
고수온 등 기후변화 여파로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지역의 대표 수산물 축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어 축제에 전어 보기 힘들고, 오징어 축제에 오징어가 부족하다. 축제 때면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린다. 물량이 없어 아예 축제를 열지 못하기도 한다. 정부는 환경 변화에 맞춰 어업 규제 완화와 구조개선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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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가 집 나갔다” 부산 명지 걱정, 왜?
“9월이면 전어 조황이 나아질 거로 기대했지만, 여전히 안 잡히네예.” 부산 강서구 명지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8일 통화에서 “축제에 필요한 전어 물량을 겨우 확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명지시장에선 이날부터 사흘간 ‘명지시장 전어축제’가 열린다. 낙동강 하구와 남해가 만나는 명지 앞바다는 플랑크톤이 풍부해 일명 ‘명지 떡전어’ 산지로 유명하다. 산란 때 금어기(禁漁期ㆍ4~7월) 이후 잡히는 전어는 알을 낳은 뒤 지방이 오르고 고소한 맛이 강해지며 제철 가을전어로 불린다.
지난달 5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의 여름 전어. 상인들은 최근 고수온으로 전어가 잡히지 않아 판매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진 연합뉴스
2000년대 초부터 매년 8~9월 열린 명지시장 전어축제는 제철 전어회ㆍ구이 시식과 할인 판매, 무료 시식회 등을 앞세워 지역을 대표하는 가을 먹거리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시장 상인들은 축제에 쓰일 전어 물량을 구하느라 진땀을 뺀다. 수온이 오르며 예년보다 줄어든 어획량 탓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전어는 수온 22~24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서식한다. 27도까지도 견디지만, 올여름엔 일부 해역에서 30도 안팎의 고수온이 이어지면서 어군이 분산되고 어획량도 꺾였다고 한다.
부산 강서구 명지시장에서 전어축제가 열려 횟집상인들이 무료 시식회에 내놓을 전어회를 준비하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수산과학원 집계를 보면 올해 1~7월 전국 전어 어획량은 2117t으로, ‘최악의 고수온’으로 평가받았던 2024년 같은 기간(2486t)보다도 적었다. 어민 문의 내용 등을 보면 8월 조황 또한 나빴을 거란 게 과학원 예측이다. 어획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전어를 취급하는 상인들 사이에선 “며느리 대신 전어가 집을 나갔다”는 푸념까지 돈다. 강서구 관계자는 “해가 다르게 전어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먹거리 이외에도 문화ㆍ체험 행사 등 보완책을 상인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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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ㆍ경남ㆍ충남 등 지역축제도 위기
폭염과 고수온이 ‘뉴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지역 수산물 축제도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오징어도 어획량이 크게 꺾인 어종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집계에서 올해 1~7월 전국 살오징어 어획량은 6029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1216t)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연안에서 어민이 오징어를 널어 말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경북 울릉군은 올해 오징어축제를 예년 8월에서 7월로 앞당겨 개최했다. 오징어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나는 때로 축제 일정을 변경한 사례다. 오징어만으로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어려워지면서 오징어배 승선 체험과 별자리 관찰 등 문화ㆍ체험 행사 비중도 확대했다.
오징어 대표 산지로 꼽히는 강원 동해안에선 이미 사라진 축제도 많다. 20년 넘게 이어져 온 속초 장사항 오징어 맨손 잡기 축제는 어획량 감소로 2020년 이후 열리지 못하고 있다. 2019년 태풍으로 취소됐던 강릉 주문진 오징어 축제 역시 이후 재개되지 못했고, 동해 묵호항 오징어 축제도 중단 상태다.
지난달 3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생물 오징어가 진열돼있다. 사진 뉴스1
강원도 관계자는 “수온 상승으로 살오징어 어군이 북상하면서 연안 유입 규모가 크게 줄었다”며 “당분간 오징어 어획량은 전반적으로 저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남에선 창원의 대표 봄 축제인 진동미더덕축제가 미더덕 생산량 감소로 3년 연속 열리지 못했다. 고수온과 빈산소수괴 등의 영향으로 경남지역 미더덕 생산량이 급감한 탓이다. 충남 홍성 남당항의 새조개 축제도 물량 부족에 지난해 주꾸미ㆍ광어ㆍ숭어 등을 더한 ‘새조개ㆍ수산물 축제’로 명칭을 바꿨다.
충남 천수만 새조개. 중앙포토
정부와 관련 기관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기후 변화에 따른 주요 어종의 분포 변화를 분석하고 어획량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관계자는 “기후변화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을 중심으로 어선 감척 등 구조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금어기 등 자원보호 규제는 유지하되 어구ㆍ어법 관련 규제를 합리화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