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 시험이 지난해 대폭 개편된 데 이어 또다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엔 시험 기준과 시행 방식까지 바뀌면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한인과 시니어들의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영어 능력과 미국 역사·정부에 대한 지식 등 시민권 취득에 필요한 교육 요건을 손질하는 새 규정 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현재 이민서비스국(USCIS) 심사관이 인터뷰 때 진행하는 시민권 시험을 외부 기관에 맡기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시험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토안보부(DHS)가 최근 공개한 규제 추진 계획에 따르면 USCIS는 시민권 시험의 영어·시민상식 기준을 구체화하는 새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세부 내용은 오는 12월 공개된다.
개편 대상은 신청자의 영어 능력과 미국 역사·정부에 대한 지식을 평가하는 교육 요건이다. 현행법상 신청자는 영어를 읽고 쓰고 말할 수 있다는 점과 미국 역사·정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입증해야 한다. DHS는 현행 규정이 이러한 요건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충족해야 하는지 충분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개편 이유를 설명했다. 교육 요건을 충족하는 기준과 체계를 보다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시험 문제나 합격 기준, 영어 평가 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오완석 변호사는 “최근 시민권 심사가 전반적으로 강화되는 흐름을 고려하면 이번 개편 역시 신청자들의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시민권 신청 지원단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한 단체 관계자는 “지난해의 개편으로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한인 시니어와 신청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또다시 바뀐다면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험 시행 방식도 바뀔 전망이다. DHS는 USCIS가 시험 운영 방식에 더 많은 재량을 갖고 외부 기관이 시험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USCIS 심사관이 시민권 인터뷰 과정에서 영어와 시민상식 시험을 진행한다.
오 변호사는 “시험 전문기관이 정해진 기준에 따라 평가하면 현재보다 더 엄격하고 획일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며 “시험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민권 취득 문턱은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10월부터 적용된 새 시민권 시험은 공부해야 할 문항이 100개에서 128개로 늘었다. 실제 시험도 기존 10개 중 6개에서 최대 20개 가운데 12개를 맞혀야 통과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본지 2025년 9월 18일자 A-1면〉
USCIS는 최근 신청자의 이웃이나 직장 동료 등을 통해 성품과 활동, 귀화 자격을 확인하는 ‘이웃 조사’를 심사 매뉴얼에 공식 반영했다. 〈본지 8월 28일자 A-1면〉 다만 이번 시험 개편안은 아직 규정 제안 단계다. 규정안 공개 시점은 12월로 예정돼 있지만 일정은 변경될 수 있다. 이후 의견수렴과 최종 규정 확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