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실제와 다르게 꾸민 부동산 매물 사진이 확산하면서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주를 비롯한 일부 주는 AI로 수정한 매물 사진의 고지를 의무화하는 등 규제에 나섰다.
직장인 박지윤(25)씨는 최근 부동산 정보 사이트 질로(Zillow)에 올라온 웨스트 할리우드의 원베드룸 매물 사진을 보고 현장 투어를 예약했다. 사진 속 집은 흰 대리석 바닥에 햇빛이 환하게 드는 공간으로 보였다. 박씨는 채광이 좋은 비교적 높은 층의 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본 집은 사진과 크게 달랐다. 바닥은 흰 대리석이 아닌 어두운 타일이었고, 실내도 사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좁게 느껴졌다. 층고 역시 낮았으며 햇빛도 거의 들지 않아 불을 켜야 했다. 박씨는 “AI로 가구만 추가한 줄 알았는데 채광이나 집 크기, 인테리어까지 달라 보이게 할 수 있는 줄은 몰랐다”며 “사진을 믿고 기대하며 찾아갔는데, 사기를 당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AI를 활용한 부동산 매물 사진 보정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8일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부동산 업계는 과거에도 포토샵 등을 이용해 빈집 사진에 가구를 넣는 ‘가상 스테이징(virtual staging)’을 활용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AI로 실제 존재하지 않는 벽난로나 전망을 만들고 잔디 색을 바꾸거나 일몰 풍경까지 합성한 사진이 질로와 스트리트이지 등 부동산 사이트의 매물에 사용되고 있다.
질로는 지난 7월 AI로 매물 사진을 실질적으로 변경했다면 이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질로 측은 “AI 이미지는 더 빨리 제작되고 식별하기는 어려워졌으며 사용도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로 수정한 매물 사진이 늘면서 규제도 잇따르고 있다. 가주는 지난 1월부터 부동산 중개인과 브로커가 디지털 방식으로 수정한 사진을 판매 광고에 사용할 경우 수정 사실을 눈에 띄게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온라인 광고에는 원본 사진이나 원본을 확인할 수 있는 링크·QR코드도 제공해야 한다.
다만 현행법은 부동산 판매와 1년을 초과하는 임대를 대상으로 한다. 일반적인 임대 광고까지 규제를 확대하는 법안은 별도로 추진되고 있다. 조명과 색상 보정, 사진 자르기, 수평 조정, 선명도 개선 등 부동산의 실제 상태를 바꾸지 않는 통상적인 보정은 고지 대상에서 제외돼 여전히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위스콘신주도 가주와 유사한 법을 통과시켜 2027년부터 시행한다. 뉴욕주와 뉴저지주에서도 관련 법안이 검토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매물 사진만 보지 말고 설명, 평면도, 방 크기, 3D 투어를 함께 대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과 다른 정보가 일치하지 않으면 중개인에게 보정 전 원본과 실시간 영상 투어를 요청하고,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계약이나 보증금 송금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