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쪽지 받고 중국 비판한 장관 “불법행동에 모든 수단으로 저항”

중앙일보

2026.09.08 23:31 2026.09.09 17:40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물론 중국이 최대 위협입니다.”

길베르토 테오도로(62) 필리핀 국방부 장관은 단 1초도 주저하지 않았다. 국방부 주최 서울안보대화(SDD·7~9일)에 참석하려고 방한한 그에게 9일 “필리핀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Threat)은 무엇이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부 장관이 9일 오전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부 장관이 9일 오전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테오도로 장관은 “중국은 우리 영토를 점유하려 한다는 점에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8일 SDD에서 패널로 발언하던 중 청중석에서 “(남중국해) 중재 판정은 불법이며 무효”라는 내용의 쪽지를 받자 “중국 쪽에서 전달한 쪽지 같다”며 “이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바닥에 내던지고 짓밟는 행위이며, 실질적인 강압이자 괴롭힘이고 침략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필리핀에선 서필리핀해라고 부른다)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다투고 있다. 중국은 암초와 산호초 지대를 인공섬으로 만든 뒤 해군과 해양경찰을 동원해 유혈 충돌을 불사하며 필리핀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 측이 그에게 전달한 쪽지에서의 ‘중재 판정’은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일을 뜻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당신의 어제(8일) 발언이 관심을 끌었다.
A : 내가 잘해서 아니라 중국 덕분이다. 중국은 UNCLOS에 합의하고 서명했는데도 이제와 다시 쓰려고 한다. 중국은 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인도네시아와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하고 있다. 필리핀은 중국과 가장 긴 해양 경계를 갖고 있고, 태평양에 접하기 때문에 중국이 더 강하게 나서는 것이다. 미국은 물론 일본·호주·뉴질랜드·유럽도 중국을 비판한다. 이들 국가가 다 틀렸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중국은 이 모든 걸 도발로 간주한다. 중국은 일종의 ‘도발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부 장관이 8일 서울안보대화(SDD)에서 중국 측 쪽지를 들고 중국을 비판하고 있다. 국방부 유튜브 캡처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부 장관이 8일 서울안보대화(SDD)에서 중국 측 쪽지를 들고 중국을 비판하고 있다. 국방부 유튜브 캡처



Q :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A : 우리는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활용할 것이다. 동시에 중국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나오는, 그 어떤 행동에도 저항할 것이다. 우리 힘으로 저항하고, 동맹국과 함께 저항할 것이다.

테오도로 장관은 기후변화도 안보 위협으로 판단한다. 필리핀은 최근 잦은 태풍, 해수면 상승, 극심한 폭염 등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부 장관이 9일 오전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부 장관이 9일 오전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필리핀은 K방산의 ‘우수 고객’이다. 한국에서 건조한 호위함은 필리핀 해군에서, 한국산 FA-50 경전투기는 공군의 주력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에 맞서는 MRF(다목적 전투기) 사업의 유력한 후보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F-21 보라매가 꼽힌다.


Q : KF-21의 MRF 선정 가능성은.
A : 지금 답하긴 힘들다. 현재 MRF 사업을 위한 금융·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단계다. 이 단계를 해결한 뒤 적절한 플랫폼을 고를 수 있다.


Q : 필리핀은 6·25전쟁 때 한국을 도왔다. 역사적 유대가 깊다.
A : 가장 생생한 의미에서 양국 안보 협력의 토대다. 필리핀은 국제 규범을 지키려고, 심지어 필리핀 국민의 목숨을 희생하면서 참전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려 했다. 선의의 의지에 의해 필리핀 국기가 피를 흘리며 한국 땅에 세워졌다는 사실이 양국 관계의 시작이다.


Q : 필리핀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 점령된 뒤 큰 고통을 겪었다. 그런데도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A : 일본은 종전 후 필리핀에게 매우 명예롭게 대했다. 일본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라는 것도 입증했다. 그렇지 못한 중국과는 다르다.

테오도로 장관은 “한국과 필리핀이 국방 뿐만 아니라 산업에도 협력해야 한다. 산업 협력 없이는 국방 협력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부 장관이 9일 오전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부 장관이 9일 오전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테오도로 장관은 변호사 출신의 정치인이다. 2007~2009년에 이어 2023년 두 번째 국방부 장관이 됐다. 유머를 즐기는 스타일로 보였다. 기자가 “KF-21에 대한 좋은 소식을 기대하겠다”고 하니 “10% 할인해주면 생각해보겠다”고 농담으로 받아쳤다.



이철재([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