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지수와 갈라지는 시장 내부 모습 확연 소수 종목 중심 상승과 시장 폭 좁아지는 특징 '연중 최저 변동성 지표 vs 헤지 수요' 주목해야
지난주 S&P 500 지수는 7718.60으로 마감했다. 주간 상승률은 0.09%. 8월 13일 기록한 최고치 7816.70에서 1.25% 아래다. 8월 중순 이후 지수는 사실상 옆으로 움직이고 있고, 헤드라인에도 특별한 사건은 없다. 표면만 보면 조용한 시장이다. 그러나 투자에서 위험이 커지는 시기는 나쁜 뉴스가 쏟아질 때보다, 지수가 조용할 때인 경우가 많다. 표면이 잔잔하면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이유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 시장이 정확히 그런 국면에 있다. 지수는 최고치 부근에서 버티고 있지만 상승의 출처, 위험의 가격, 신용의 상태, 금리의 방향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네 가지를 나눠서 들여다보면 지금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가 비교적 분명해진다.
▶지수는 제자리, 상승의 출처는 한쪽
먼저 상승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보자.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S&P 500 상승분의 약 79%가 기술 섹터에서 나왔다. 그런데 그 기술 섹터 안에서도 상승은 고르지 않았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이 가장 크게 늘어난 두 종목이 합계 1조 4200억 달러를 더한 반면, 같은 섹터의 다른 71개 종목은 합계 223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잃었다. 섹터가 올랐다는 표현과 섹터의 종목들이 올랐다는 표현은 전혀 다른 의미가 된 것이다.
소형주 지수는 2주간의 하락을 멈췄지만 반등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고, 동일가중 지수도 여전히 시가총액 가중 지수를 앞서지 못하고 있다. 정리하면 참여의 폭이 넓어진 것이 아니라 더 나빠지지 않은 상태에 가깝다. 이런 국면에서는 지수 수익률과 실제 보유 종목의 경험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 인덱스 펀드만 보유하고 있어도 사실상 소수 대형주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셈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변동성 지표와 보험료가 다른 말을 할 때
두 번째는 위험의 가격이다. 흔히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는 14.53으로 마감했고, 주중에는 13.80까지 내려가 올해 장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상 이 수치는 시장이 향후 한 달간 큰 변동을 예상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런데 같은 기간 극단적 하락에 대비하는 옵션 수요를 보여주는 지표는 151.58로 올라 최근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평상시 변동성은 싸지는데, 큰 사고에 대비하는 보험료는 오히려 비싸지고 있다는 뜻이다.
투자 심리도 한쪽으로 쏠려 있다기보다 양극화되어 있다. 개인 투자자 설문에서 강세 응답은 39.7%, 약세 응답은 37.6%로 둘 다 장기 평균을 웃돌고, 중립은 22.7%로 크게 낮다. 반면 전문 운용역들의 주식 익스포저 지표는 102.66으로 100을 넘어섰다. 100이 자산을 전액 주식에 투자한 상태를 의미하므로, 이 수치는 차입을 동원한 매수 포지션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변동성 지표가 낮다는 것과 위험이 낮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주식보다 먼저 반응하는 신용시장
세 번째는 신용이다. 8월 말부터 9월 초 사이 회사채 시장에서는 등급을 가리지 않고 스프레드가 확대됐는데, 확대 폭이 등급 순서를 따랐다는 점이 중요하다. 투자등급과 BB등급은 2bp, 단일 B등급은 4bp, 하이일드 전체는 5bp 벌어진 반면, 가장 신용도가 낮은 CCC 이하 구간은 25bp 확대되어 10.51%가 됐다. 국채 금리 전체가 움직여서 생긴 현상이라면 등급별로 이렇게 차등이 생기지 않는다. 등급이 낮을수록 더 크게 벌어졌다는 것은 시장이 신용 위험 자체의 값을 다시 매기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공개시장 바깥에서는 더 직접적인 장면이 나타나고 있다. 3조 5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 사모신용 시장에서, 상장된 주요 대출회사 20곳의 이자 미수 여신 비율이 1분기 2%에서 2분기 2.8%로 올랐다. 최근에는 업계 최대 규모의 사모신용 펀드가 분기 환매 요청 10%에 대해 5%만 지급하며 상한을 적용했다.
유동성이 낮은 자산은 문제가 생겼을 때 가격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인출 제한으로 반응한다. 사모 상품이나 비상장 대체투자를 보유하고 있다면 수익률보다 환매 조건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금리를 밀어올리는 것은 경기만이 아니다
네 번째는 금리다. 8월 고용은 16만 2000명 증가로 5만여 명이던 예상을 크게 웃돌았고 실업률은 4.1%를 유지했다. 그 결과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약 58%로 올라섰다. 2년물 금리는 4.377%로 2025년 1월 이후 최고, 10년물은 4.784%, 30년물은 5.24% 부근이다. 지난달 재무부는 30년 만기 국채를 5.216%에 발행했는데, 이는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배경에는 경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연방정부의 연간 이자 비용은 1조 2500억 달러로 세입의 18.5%에 이른다. 같은 기간 일본 10년물 금리도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장기 금리 상승이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주요국 정부 부채에 공통으로 걸려 있는 문제라는 뜻이다. 개인에게는 이 흐름이 추상적이지 않다.
10년물 금리는 모기지, 홈에쿼티 대출, 상업용 부동산 대출, 장기 할부 금리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채권을 보유한 은퇴 계좌라면 만기 구조를, 부채가 있다면 변동금리 노출을 지금 확인해 두는 편이 낫다.
▶AI 투자 사이클의 자금 조달 구조
마지막은 지금 상승을 이끄는 산업의 자금 조달 구조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의 올해 설비투자 추정치는 6900억~8000억 달러 범위에 있고, 2027년부터 2030년까지 6조 달러가 추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아직 시작되지 않은 리스나 취소 불가능한 구매 약정처럼 재무제표 본문이 아닌 주석에 기재된 항목이 3조 달러 규모로 추가된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7월 말 발행된 125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채권은 7.5% 금리가 붙었는데, 이는 투자등급보다 투기등급에 가까운 조건이다.
이것은 기술 산업의 성장을 부정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투자의 재원이 이익에서 부채로 옮겨가고 있다면, 그 산업의 주가는 실적뿐 아니라 자금 조달 여건에도 함께 묶이게 된다. 금리가 높은 상태로 유지될수록 그 연결은 더 강해진다. 기업 임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서 68%가 지난 1년간 AI 관련 예산을 초과했다고 답한 것도, 지출의 속도가 성과 검증보다 앞서 있었음을 보여준다.
▶예측이 아니라 조건으로 준비하기
지금까지의 내용은 하락을 예고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수는 여전히 상승 구조를 유지하고 있고, 위에 언급한 지표들 중 어느 하나도 그 자체로 방향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조용한 지수 아래에서 상승의 폭이 좁아지고, 위험의 가격이 갈라지고, 신용에서 먼저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점검의 이유로는 충분하다.
실무적으로는 세 가지를 확인해 보길 권한다. 첫째, 집중도다. 인덱스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더라도 실제로는 소수 대형주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 계산해 보는 것이다. 둘째, 유동성 등급이다. 보유 자산을 언제 현금화할 수 있는지 기준으로 분류하고, 앞으로 2~3년 안에 필요한 자금은 시장 방향과 무관하게 확보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셋째, 금리 민감도다. 채권의 만기 구조와 변동금리 부채가 지금의 금리 수준에서 감당 가능한지를 본다.
시장의 방향을 맞히는 일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그러나 예상이 틀렸을 때 무엇을 먼저 팔 것인지, 그리고 무엇은 팔지 않아도 되는지를 미리 정해두는 일은 지금 할 수 있다. 조용한 구간의 가치는 바로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