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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대고 시공만 댈까, 원전 파트너 될까…웨스팅하우스 지분 관건

중앙일보

2026.09.09 02:20 2026.09.09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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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미 투자 프로젝트로 미국 내 대형 신규 원자력발전소 8기를 짓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면서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방안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인수하면 미국과 제3국 원전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대규모 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은 걸림돌이다.

사진은 APR1400 노형인 새울 3, 4호기 원전 건설 전경. 연합뉴스

사진은 APR1400 노형인 새울 3, 4호기 원전 건설 전경. 연합뉴스

9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한·미는 대미 투자 자금 가운데 1200억 달러(약 160조원)를 투입해 미국 내 원전 8기를 건설하는 방안과 함께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등을 포함한 원전 협력 방안을 논의해왔다. 협상 과정에서는 우선 건설할 4기를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2기와 한국의 APR1400 2기로 나누는 방안에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4기의 노형과 사업 방식은 추후 협의 대상이다.

APR1400 2기 건설이 성사되면 미국 본토에 한국형 원전을 짓는 첫 사례가 된다. APR1400은 2019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을 받았지만 미국 현장에서 실제 건설된 적은 없다. 미국에서 건설·운영 실적을 확보하면 향후 미국 내 추가 수주와 제3국 수출에서도 주요 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협력 방식으로는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원전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합작법인(JV)을 만드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웨스팅하우스가 원천기술과 기본설계·미국 인허가를 맡고 한국 기업이 상세설계와 기자재 조달·시공 등을 담당하는 식이다. 이와 맞물려 한국 측이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방안까지 정부 내에서 검토되고 있다.

현재 웨스팅하우스 지분은 캐나다 자산운용사 브룩필드가 51%, 우라늄 업체 카메코가 49% 보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7월 비공개로 기업공개(IPO)를 신청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150억~200억 달러 수준이다.

원전 업계가 지분 인수에 주목하는 것은 한국 원전 수출 과정에서 반복돼온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한전·한수원은 지난해 1월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결했지만 합의 이후 한국의 북미·유럽 원전 시장 진출에 제약이 생겼다. 해외 원전 수출 때마다 대규모 비용을 웨스팅하우스에 지급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지분을 통해 양측의 이해관계를 묶으면 미국뿐 아니라 제3국 사업에서도 공동 수주 등 협력의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게 원전 업계의 기대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수출의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확보하거나 합작회사 등 협력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지분을 갖는 데 그치지 않고 의결권을 가진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할 정도의 영향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분 투자가 기존 지식재산권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란 반론도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인수한다고 지식재산권 문제가 극복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확보한 지분이 기존 계약상의 제약을 완화하는 데 어떤 효력을 발휘할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도시바의 실패도 경계할 사례다. 도시바는 2006년 54억 달러를 들여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했지만 미국 원전 사업의 공기 지연과 공사비 증가로 막대한 손실을 떠안았다. 웨스팅하우스는 2017년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도시바도 경영 위기에 빠졌다.

협상 마지막 단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는 변수도 있다. 2000억 달러 규모 전략투자 사업은 미국 측 투자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최종 선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일본과의 관세 협상에서 일본 측 대미 투자액 4000억 달러를 직접 5000억 달러로 수정했고 최종 합의액은 5500억 달러로 늘었다. 특히 최근 호르무즈해협 파병 이슈까지 얽히며 협상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 내에서 검토되지 않았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까지 투자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유 중 하나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방문 일정 수행을 마친 뒤 미국으로 이동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과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막판 조율할 예정이다. 정부는 17일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에 협상 내용을 비공개 보고한 뒤 18일 추진 계획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등에 대해 “투자 후보군과 관련해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투자처와 발표 시점, 규모 등에 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안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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