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아내를 방치한 채 운동하러 나간 60대 남편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항소5-2부(윤혜정 부장판사)는 9일 유기치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65)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아내를 방치한 행위와 아내가 의식불명 상태에 이른 것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A씨의 유기 행위로 치료가 지체된 시간이 길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아내를 발견한 즉시 119에 신고했더라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응급 감압술이 시행될 때까지 2시간 이상 소요됐고 신고 시각이 50분 정도 빨랐다고 하더라도 수술 시작 시각 역시 그 정도 단축되는 데 그쳤을 것”이라며 “병원 기록 등을 고려하면 발견 즉시 119에 신고했더라도 의식불명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개연성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원심의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원심의 양형이 정당하다고 보고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A씨는 2023년 5월 9일 오후 6시 12분쯤 인천시 강화군 자택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아내 B씨를 방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테니스를 치러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으러 집에 들렀다가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B씨를 발견했다. B씨는 뇌출혈의 일종인 외상성 경막하출혈로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A씨는 119에 신고하지 않고 아내의 사진을 찍어 의붓딸에게 보낸 뒤 외출했다.
이후 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B씨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B씨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예전에도 가정폭력으로 신고된 적이 있다”며 “아내하고 그런 일로 더 엮이기 싫어서 그냥 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과거에도 세 차례 가정폭력 사건으로 경찰에 형사 입건됐으나 피해자인 B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