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 ‘연방선거의 시민권 검증과 무결성 확보’에 서명했다. 우정국에 우편투표 관련 규정을 새로 만들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우정국은 새 규정을 만들어 지난 8월 21일 확정했다.
새 규정의 핵심은 주 정부들이 적어도 선거 60일 전까지 유권자 명부를 연방정부에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명부에서 누락되는 유권자다. 명부에 없으면 우편투표 용지를 받지 못하는데, 정작 당사자는 이 사실을 통보도 받지 못한다. 왜 투표용지가 오지 않는지,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지 알 길이 없다. 또 우정국이 어떤 이유로든 투표용지를 반송 처리해도 유권자에게 통지할 의무가 없어, 결국 유효한 표들이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게 된다.
이 문제는 한인 등 아시안 유권자에게 무겁게 다가온다. 우편투표는 아시안 유권자들이 많이 이용한다. 지난 2020년 팬데믹 상황 대통령 선거에서 아시안 유권자는 67%가 우편·부재자 투표를 했다. 당시 전체 유권자 평균은 43%였다. 그리고 이민 유권자는 미국 태생보다 우편투표율이 8%p 높다는 통계도 있다.
게다가 시민권 여부를 판별하는 데이터베이스가 부정확하기로 악명이 높아, 정당하게 시민권을 받은 아시안들이 유권자 명부에서 부당하게 걸러질 위험이 크다. 고령자와 장애인 등 이동이 어려운 유권자에게 우편투표가 사실상 유일한 참정권 행사 수단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규정으로 투표를 막으려는 대상이 누구인지 분명하다.
행정명령과 우정국 규정은 지난봄부터 법정 공방에 휩싸였다. 연방 지법에서 위헌 소지가 크다는 판단으로 시행이 저지됐다가, 지난달 연방 대법원이 6대 3으로 정부의 손을 들어주며 상황이 뒤바뀌는 듯했다. 그러나 매사추세츠 연방 지법은 다시 원고 측 손을 들어,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포함 당분간은 선거에 새 규정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금지명령을 내렸다. 우편·부재자 투표 부정 사례를 뒷받침할만한 구체적인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유권자들의 참정권을 박탈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따라서 새 규정은 적어도 오는 11월 선거에는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우편투표는 여전히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투표 방법이다. 다만 연방정부 측이 연방 대법원에 다시 긴급 구제를 신청할 가능성을 이미 예고한 만큼, 싸움이 완전히 끝났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첫째, 본인의 유권자 등록 정보가 최신 상태인지, 정확한지 꼭 확인해야 한다. 둘째, 우편투표 용지를 신청했다면 최대한 일찍 작성해 선거일로부터 최소 일주일 전에는 우편으로 발송하는 것이 안전하다. 셋째, 우편이 불안하다면 관할 카운티 선거관리사무소나 지정된 안전 투표함(드롭박스)에 직접 투표용지를 제출할 수 있다.
연방정부가 선거 절차에 손을 대려는 시도는 법원의 제동에도 불구하고 형태를 바꿔가며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그 목적이 선거 참여를 가로막는 것일수록 더욱 집요하다. 그럴수록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등록 상태를 스스로 챙기고, 투표 일정을 앞당겨 움직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어책이다.
한인사회와 아시안 커뮤니티가 오랜 시간 쌓아온 참정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리고 우편투표를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