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독립하면 작은 집으로 이사하던 지금까지의 경향과 달리 베이비붐 세대는 큰 집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자녀가 독립하고 부부만 남는 빈 둥지 시기에 접어들면 더 작은 집으로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는 이러한 전통적인 흐름에서 벗어나고 있다. 오히려 많은 베이비붐 세대는 오랫동안 살던 넓은 가족 주택에 계속 거주하거나 현재 집과 비슷하거나 더 큰 집을 구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베이비붐 세대 가운데 손님 접대와 가족 모임,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생활, 노후에도 살던 곳에서 계속 생활하는 것을 고려해 더 큰 주택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분의 침실은 다목적 공간으로 바꿀 수 있고 손주들을 위한 놀이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주택 구조는 손님이 하룻밤 머물거나 성인이 된 자녀가 다시 부모 집으로 돌아와 함께 살아야 할 때도 유용하다.
넓은 주방과 거실 등은 명절이나 각종 행사를 맞아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데도 적합하다. 일부 고령층은 낯선 요양시설로 옮기기보다는 익숙한 집에서 방문 간병 서비스를 받으며 노후를 보내기를 원한다. 이를 위해 충분한 생활공간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도 중요한 요인이다. 모기지 대출을 모두 갚았다면 집을 새로 사 매달 모기지를 내고 싶지 않을 수 있다. 주택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까지 고려하면 이사로 얻는 경제적 이점도 줄어들 수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레드핀이 지난 4월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자녀가 독립해 성인 1~2명만 사는 베이비붐 세대가 전국의 침실 3개 이상 대형 주택 가운데 28%를 소유하고 있었다.
베이비붐 세대 가운데 성인이 3명 이상 함께 사는 가구는 대형 주택의 7%를 소유하고 있었다. 레드핀은 이 가운데 상당수가 성인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사는 가구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합치면 베이비붐 세대가 차지하는 침실 3개 이상 주택의 비중은 35%에 이른다.
반면 자녀와 함께 사는 밀레니엄 세대가 소유한 대형 주택은 16%에 불과했다. 실제로 공간이 필요한 자녀가 있는 밀레니엄 세대 가정보다 빈 둥지인 베이비붐 세대 가구가 대형 주택을 두 배 이상 많이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시장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매물 부족을 겪고 있는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집을 줄이는 대신 더 큰 집을 선택하면서 젊은 세대가 가족과 생활하기 적합한 크기의 주택을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뿐 아니라 두 번째나 세 번째 주택을 구입해 앞으로 10~20년 동안 가족과 살 집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기존 주택을 팔고 작은 집으로 이동하면서 대형 주택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매물이 줄거나 베이비붐 세대와 구매 경쟁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전문지 포천도 주택시장 연구 결과를 인용해 상당한 주택 자산을 축적해 계속 더 좋은 집이나 더 큰 집으로 옮길 수 있는 고령층과 주택 구매력이 약해진 젊은 세대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층이 기존 주택을 내놓지 않으면 시장에 공급되는 주택은 계속 부족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주택 자산이 충분하지 못한 젊은 구매자들은 집값이 비싼 지역이나 선호도가 높은 학군, 넓은 주택을 놓고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의 올해 조사에서 생애 첫 주택 구매자는 전체 구매자의 21%에 그쳤다. 협회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구매자의 42%를 차지하는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또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가구는 1985년 전체 주택 구매자의 58%를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24%까지 떨어졌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중간 연령도 40세까지 올라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재구매자의 중간 연령은 62세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