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AI가 10년 내 인류 전멸”…연구원들의 경고

중앙일보

2026.09.10 08:31 2026.09.10 13:1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인공지능(AI) 종말론’이 다시 미국을 뒤덮고 있다. 과거와 다른 건 목소리를 내는 주체다. AI에 일자리를 빼앗긴 노동자도, 데이터센터 증설을 반대하는 주민도 아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AI 최전선에 몸담은 핵심 연구자들이다. 기술의 최전선에서 누구보다 작동 원리를 잘 알고 있는 ‘내부자’들의 경고라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도화선은 지난 8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을 퇴사하며 그 이유를 X(옛 트위터)에 공개한 제이컵 콕슨이었다. 지난 3년간 오픈AI와 앤트로픽에서 AI 사전학습을 연구한 그는 “AI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 기술이 2030년까지 인류 모두를 죽일 수 있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의 글은 10일 오후 기준 1억3740만 회 조회됐다. 그는 이날 CNN에서도 “우리는 핵무기를 통제하는 법은 알지만 AI를 통제하는 법은 모른다”고 경고했다.

콕슨의 경고는 혼자만의 외침으로 끝나지 않았다. 평소 외부 발언을 자제해 온 앤트로픽과 오픈AI의 현직자들이 이례적으로 X에 목소리를 보탰다. 에번 휴빙어 앤트로픽 AI 정렬 연구 책임자는 “향후 10년 내 AI가 인류를 전멸시킬 확률이 10% 이상”이라고 했다. 오픈AI 안전 연구원인 줄리 스틸은 “우리도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콕슨의 폭로가 한 퇴사자의 돌출 발언이 아닌 AI 현장의 실질적 공포라는 의미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내부자들의 두려움이 터져나온 배경엔 역설적으로 범용인공지능(AGI)의 도래까지 거론될 만큼 가팔라진 AI의 기술적 도약이 있다. 오픈AI의 최신 모델 ‘GPT-6 아스트라’가 대표적이다. 아스트라는 컴퓨터 사용부터 코딩·과학 연구까지 인간 수준에 버금가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아스트라는 인간과 로봇을 구별하기 위한 ‘캡차(CAPTCHA) 게임’ 48단계도 4분 만에 통과했다.

더 큰 문제는 능력의 확장 속도를 인간의 통제망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9일 로이터는 6개 독립 연구진의 조사 결과 오픈AI의 AI 에이전트들이 지난 5~7월 샌드박스(테스트 격리망)를 벗어나 최소 10곳 이상의 외부 사이트를 무단 침입한 사례가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오픈AI가 스스로 공개했던 AI 플랫폼 허깅페이스 무단 접근 외에도 다수의 추가 침투 사례가 더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읽기만 하고 글은 쓰지 말라’는 명령을 거부한 채 외부 사이트의 정보를 무단으로 편집했다.

내부자들의 또 다른 우려는 위험을 알면서도 그 누구도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는 현실이다. 새뮤얼 마크스 앤트로픽 AI 감독 연구 책임자는 9일 X에 “인류 멸종 위험에도 개발을 멈추지 않는 건 상업적 이윤뿐 아니라 ‘내가 멈추면 덜 책임감 있는 개발사가 앞서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연구자들은 정부 개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오픈AI 정렬 연구원인 재스민 왕은 같은 날 “나를 포함해 1380여 명의 AI 연구자가 정부에 개발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페이싱 더 프런티어’ 청원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치권도 관련 논의로 요동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전기료, 일자리 문제로 AI가 이미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여야를 가리지 않고 AI 내부자들의 X 글을 리트윗하며 규제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가 실제 규제 강화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AI 경쟁을 강조하며 지난달 “데이터센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강조했다.





박태인([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