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회사의 같은 상품인데 파는 곳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같은 비행기를 타도 누구는 300달러를 내고, 옆 사람은 800달러를 낸다. 인터넷 회사는 10년 된 단골에게는 아무 혜택도 안 주면서 신규 고객에게는 “6개월 반값”을 외친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이라고 한다. ‘차별’이란 말은 무섭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아주 합리적인 전략이다. 사람마다 물건에 대해 “여기까지는 내겠다”는 가격이 다르다. 이를 ‘최대 지불의사(Willingness to Pay)’라고 한다. 담배가 한 갑에 20달러가 되어도 피우겠다는 사람의 최대 지불 의사는 적어도 20달러다. 명품 가방도 어떤 사람에게는 수만 달러의 가치가 있지만, “가방은 물건만 들어가면 됐지”라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기업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가방을 1만 달러에 팔면 많이 남지만 사는 사람이 적고, 500달러에 팔면 많이 팔리겠지만 남는 것이 적다. 그래서 살 의향이 높은 사람에게는 비싸게, 가격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싸게 파는 가격 차별 전략이 나온다. 항공사는 같은 좌석도 예약 시점과 환불 조건에 따라 가격을 달리한다. 인기 소설도 처음에는 비싼 하드커버를 내놓고 몇 달 뒤에는 싼 페이퍼백을 판다. 기다리지 못하는 마음에도 가격표를 붙이는 셈이다.
하지만 가격 차별에는 함정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비싸게 샀다는 사실보다 옆 사람이 나보다 싸게 샀다는 사실에 더 분노한다. 10년 된 인터넷 고객이 신규 고객은 자신의 절반만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나는 충성고객이 아니라 호구였구나”라고 생각한다. 회사는 몇 달러 더 벌려다가 가장 좋은 고객을 잃을 수도 있다.
이 원리는 상품보다 직원의 임금에서 훨씬 민감하다. 능력, 경력, 성과, 협상력과 채용 시기에 따라 같은 회사에서도 급여가 다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필요한 인재에게 필요한 만큼 지급할 수 있으니 효율적이고, 그래서 개인별 급여 정보를 비밀스럽게 관리한다. 그러나 상품에는 감정이 없지만 직원에게는 감정과 자존심이 있다. 오랫동안 일한 직원이 자신보다 늦게 들어온 비슷한 직원이 훨씬 많은 급여를 받는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면 회사는 “채용시장이 달랐다”, “조건이 달랐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손해를 본 직원에게는 이렇게 들릴 수도 있다. “당신이 몰랐고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까 지금까지 적게 준 겁니다.” 그 순간 문제는 돈 몇천 달러가 아니라 배신감과 모멸감이 된다. 몇 년간 아낀 인건비보다 회사는 훨씬 비싼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의욕은 사라지고 좋은 직원은 떠나며 불신은 남은 직원들에게 퍼진다.
가격 차별의 진짜 기술은 그래서 얼마나 다르게 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그 가격과 임금의 차이를 모두가 얼마나 공정하게 받아들이게 만들 것인가에 있다. 고객이든 직원이든 자신이 차별받은 것을 넘어 이용당했다고 느끼는 순간, 가격 차별로 회사가 얻은 이익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가격은 차별할 수 있어도,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고객이건 직원이건 명심할 일이 있다. 아무리 깎아 달라고 해도 가격을 내리지 않는 상품이 있듯, 아무리 올려 달라고 해도 회사가 꿈쩍하지 않는 급여가 있다. 그때는 인정해야 한다. 내가 상품에 가격을 매기듯 회사도 나에게 가격을 매기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서글프지만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가격을 매기고, 누군가에게 가격이 매겨지며 살아간다. (변호사,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