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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이 최고의 럭셔리”…침대회사 간 루이비통 대표의 승부수

중앙일보

2026.09.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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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국내 리빙 업계가 놀랄 만한 인사가 있었다. 바로 루이비통코리아 총괄 대표, 샤넬코리아 영업 총괄을 지낸 김민수 시몬스 대표의 취임이다. 김 대표는 루이비통 재직 당시 한국 법인 매출을 7864억원(2019년)에서 1조7484억원(2024년)으로 두 배 이상 성장시켰다. 그동안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해 왔던 시몬스가 본격적으로 리빙 업계를 넘어 럭셔리 시장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시몬스 서울 사무실에서 김민수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 시몬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시몬스 서울 사무실에서 김민수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 시몬스


김 대표를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시몬스 서울 사무실에서 만났다. 대표 취임 후 약 1년간의 소회를 묻는 말에 “시몬스가 가진 장점을 어떻게 극대화하고 더 차별화할 수 있을지 구성원들과 많이 고민했던 시간”이라고 답했다.



럭셔리 전략보다 ‘원팀(one-team)’ 먼저

입사 이튿날 김 대표가 가장 먼저 챙긴 건 럭셔리 전략이 아닌 시몬스 로고가 박힌 점퍼를 입고 찍은 영상 메시지였다. 그는 “전국에 800여명 직원이 대표가 새로 왔다는데 김민수가 누군지 궁금해할 것 같았다”며 “이력보다는 개인적인 이야기와 일에 대한 가치관을 전하는 식으로 ‘사람’이 왔다는 걸 강조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오고 난 후 삼성동 사무실의 아침 풍경도 달라졌다. 마치 하나의 ‘의식’처럼 출근과 동시에 서울 사무실 200여명 자리를 일일이 돌면서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가벼운 근황부터 일 얘기까지 지난 1년간 매일 지속하다 보니 처음엔 어색해하던 직원들도 익숙해졌다고 한다. 김 대표는 “대표가 돌아다니면 부담스러울 것 같지만 요즘 Z세대는 자신이 회사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직접 듣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새롭게 확장해 문을 연 시몬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장 전경. 사진 시몬스

지난해 11월 새롭게 확장해 문을 연 시몬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장 전경. 사진 시몬스




현장은 ‘마술’ 일어나는 곳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마케팅이나 브랜딩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았다. 그보단 현장·고객·구성원을 강조했다. 입사 후 4개월 반 동안 생산 현장은 물론 전국 150개 매장을 전부 돌았다. 경기도 이천 본사부터 서울 사무실까지 타운홀 미팅도 십여 차례 열었다. “결국 ‘마술’이 일어나는 곳은 현장”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대표는 “브랜드는 럭셔리라고 스스로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고객이 판단하는 것이고, 고객과 만나는 현장인 매장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달 문을 연 시몬스 갤러리 방배점 전경. 시몬스 갤러리는 시몬스의 직영 플래그십 스토어로 차별화한 공간 경험을 선사한다. 사진 시몬스

지난달 문을 연 시몬스 갤러리 방배점 전경. 시몬스 갤러리는 시몬스의 직영 플래그십 스토어로 차별화한 공간 경험을 선사한다. 사진 시몬스

지난달 문을 연 서울 서초구 시몬스 갤러리 방배점은 김 대표의 이런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곳이다. 침대를 한두 개 더 전시하기보다 공간을 들여 ‘웰컴 라운지’를 만들었다. 침대를 편안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외투도 받아주고 슬리퍼를 갈아 신으며, 차도 마실 수 있는 ‘환대’의 공간이다. 동반한 어린이 고객에게는 핸드폰 대신 색연필을 쥐여준다.

매장은 중요한 영업 전략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틈날 때마다 매장을 직접 도는 것도 책상에서는 알 수 없는 목소리 듣기 위해서”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로봇 청소기가 들어가는 하단이 높은 침대가 대표적이다. “들어가든, 아예 못 들어가든 로봇 청소기가 어설프게 끼면 안 된다고 하더라”며 이 안건이 임원 회의까지 이어진 사연을 전했다. 부부가 서로 다른 강도의 매트리스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한 프레임에 두 개의 싱글 매트리스를 올리는 상품도 매장에서 얻은 아이디어다. 지방 매장에선 “지역 내 아파트 엘리베이터 광고를 활용했으면 좋겠다”거나 “지역 축제가 유명하니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1000만원 침대 월 판매 신기록

최근 국내 침대 및 매트리스 시장은 저가·구독형 모델과 고가·프리미엄 모델로 양극화하는 중이다. 시몬스는 프리미엄 침대의 대표 격이다. 특히 최저 10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최고가 라인 뷰티레스트 블랙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뷰티레스트 블랙이 월 판매 600개를 돌파해 2016년 출시 이후 신기록을 세웠다. 시몬스는 지난해 매출 3239억원으로 3년 연속 침대 전문 업계 1위를 수성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리빙·인테리어 업계가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중 거둔 쾌거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서울 성동구 '시몬스 갤러리 성수'에서 열린 이머시브 아트 퍼포먼스 현장. 사진 시몬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서울 성동구 '시몬스 갤러리 성수'에서 열린 이머시브 아트 퍼포먼스 현장. 사진 시몬스

지난 3일 개막한 아트 페어 ‘프리즈 서울 2026’ 기간 운영한 ‘시몬스 갤러리 성수’에서 연 이머시브 아트 퍼포먼스도 뷰티레스트 블랙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미디어 아트와 현대무용·미식·음악 등을 결합해 수면이라는 브랜드의 본질을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 확장한 자리였다. 김 대표는 “잘 자고 난 하루는 다음 날의 일상에 영감이 된다는 주제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또한 수면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걸 현장에서 체감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숙면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침대를 만드는 건 기본이고, 고객 눈높이에 맞는 디테일한 전략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지난해 11월 시몬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리뉴얼하고, 올해 1월 매장에 ‘블랙 마스터’라는 정예 상담 인력을 배치한 이유다. 대한수면학회와 손잡고 만든 ‘수면 전문가 과정’도 전 직원 대상으로 순차 이수시키고 있다.

25년간 럭셔리 업계에 몸담았던 김 대표는 “과거에는 고가 물건의 소비가 럭셔리였지만, 지금은 미식이나 여행 같은 무형의 경험으로 넘어왔다”며 “앞으로는 자기 삶을 돌보는 소비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제 잠 잘 잤어”라는 말이 최고의 럭셔리가 될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지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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