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국내 리빙 업계가 놀랄 만한 인사가 있었다. 바로 루이비통코리아 총괄 대표, 샤넬코리아 영업 총괄을 지낸 김민수 시몬스 대표의 취임이다. 김 대표는 루이비통 재직 당시 한국 법인 매출을 7864억원(2019년)에서 1조7484억원(2024년)으로 두 배 이상 성장시켰다. 그동안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해 왔던 시몬스가 본격적으로 리빙 업계를 넘어 럭셔리 시장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시몬스 서울 사무실에서 김민수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 시몬스
김 대표를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시몬스 서울 사무실에서 만났다. 대표 취임 후 약 1년간의 소회를 묻는 말에 “시몬스가 가진 장점을 어떻게 극대화하고 더 차별화할 수 있을지 구성원들과 많이 고민했던 시간”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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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전략보다 ‘원팀(one-team)’ 먼저
입사 이튿날 김 대표가 가장 먼저 챙긴 건 럭셔리 전략이 아닌 시몬스 로고가 박힌 점퍼를 입고 찍은 영상 메시지였다. 그는 “전국에 800여명 직원이 대표가 새로 왔다는데 김민수가 누군지 궁금해할 것 같았다”며 “이력보다는 개인적인 이야기와 일에 대한 가치관을 전하는 식으로 ‘사람’이 왔다는 걸 강조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오고 난 후 삼성동 사무실의 아침 풍경도 달라졌다. 마치 하나의 ‘의식’처럼 출근과 동시에 서울 사무실 200여명 자리를 일일이 돌면서 인사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가벼운 근황부터 일 얘기까지 지난 1년간 매일 지속하다 보니 처음엔 어색해하던 직원들도 익숙해졌다고 한다. 김 대표는 “대표가 돌아다니면 부담스러울 것 같지만 요즘 Z세대는 자신이 회사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직접 듣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새롭게 확장해 문을 연 시몬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장 전경. 사진 시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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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마술’ 일어나는 곳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마케팅이나 브랜딩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았다. 그보단 현장·고객·구성원을 강조했다. 입사 후 4개월 반 동안 생산 현장은 물론 전국 150개 매장을 전부 돌았다. 경기도 이천 본사부터 서울 사무실까지 타운홀 미팅도 십여 차례 열었다. “결국 ‘마술’이 일어나는 곳은 현장”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대표는 “브랜드는 럭셔리라고 스스로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고객이 판단하는 것이고, 고객과 만나는 현장인 매장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달 문을 연 시몬스 갤러리 방배점 전경. 시몬스 갤러리는 시몬스의 직영 플래그십 스토어로 차별화한 공간 경험을 선사한다. 사진 시몬스
지난달 문을 연 서울 서초구 시몬스 갤러리 방배점은 김 대표의 이런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곳이다. 침대를 한두 개 더 전시하기보다 공간을 들여 ‘웰컴 라운지’를 만들었다. 침대를 편안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외투도 받아주고 슬리퍼를 갈아 신으며, 차도 마실 수 있는 ‘환대’의 공간이다. 동반한 어린이 고객에게는 핸드폰 대신 색연필을 쥐여준다.
매장은 중요한 영업 전략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틈날 때마다 매장을 직접 도는 것도 책상에서는 알 수 없는 목소리 듣기 위해서”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로봇 청소기가 들어가는 하단이 높은 침대가 대표적이다. “들어가든, 아예 못 들어가든 로봇 청소기가 어설프게 끼면 안 된다고 하더라”며 이 안건이 임원 회의까지 이어진 사연을 전했다. 부부가 서로 다른 강도의 매트리스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한 프레임에 두 개의 싱글 매트리스를 올리는 상품도 매장에서 얻은 아이디어다. 지방 매장에선 “지역 내 아파트 엘리베이터 광고를 활용했으면 좋겠다”거나 “지역 축제가 유명하니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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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 침대 월 판매 신기록
최근 국내 침대 및 매트리스 시장은 저가·구독형 모델과 고가·프리미엄 모델로 양극화하는 중이다. 시몬스는 프리미엄 침대의 대표 격이다. 특히 최저 10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최고가 라인 뷰티레스트 블랙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뷰티레스트 블랙이 월 판매 600개를 돌파해 2016년 출시 이후 신기록을 세웠다. 시몬스는 지난해 매출 3239억원으로 3년 연속 침대 전문 업계 1위를 수성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리빙·인테리어 업계가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중 거둔 쾌거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서울 성동구 '시몬스 갤러리 성수'에서 열린 이머시브 아트 퍼포먼스 현장. 사진 시몬스
지난 3일 개막한 아트 페어 ‘프리즈 서울 2026’ 기간 운영한 ‘시몬스 갤러리 성수’에서 연 이머시브 아트 퍼포먼스도 뷰티레스트 블랙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미디어 아트와 현대무용·미식·음악 등을 결합해 수면이라는 브랜드의 본질을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 확장한 자리였다. 김 대표는 “잘 자고 난 하루는 다음 날의 일상에 영감이 된다는 주제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또한 수면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걸 현장에서 체감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숙면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침대를 만드는 건 기본이고, 고객 눈높이에 맞는 디테일한 전략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지난해 11월 시몬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리뉴얼하고, 올해 1월 매장에 ‘블랙 마스터’라는 정예 상담 인력을 배치한 이유다. 대한수면학회와 손잡고 만든 ‘수면 전문가 과정’도 전 직원 대상으로 순차 이수시키고 있다.
25년간 럭셔리 업계에 몸담았던 김 대표는 “과거에는 고가 물건의 소비가 럭셔리였지만, 지금은 미식이나 여행 같은 무형의 경험으로 넘어왔다”며 “앞으로는 자기 삶을 돌보는 소비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제 잠 잘 잤어”라는 말이 최고의 럭셔리가 될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