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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문화를 돈으로만 따지면…

Los Angeles

2026.09.1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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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현 시인·극작가

장소현 시인·극작가

“이른바 ‘K-컬처’는 단순한 지원 대상을 넘어,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할 ‘산업’이자 국내 경제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핵심 성장 동력이다.”
 
얼마 전,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야심 차게 선언했다. 이어서,  K-컬처 시장 규모를 기존 300조원에서 400조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오는 2030년까지 수출액 11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제시했다. 간단히 말해서, 정부 차원에서 경제성을 챙기고 보살피겠다는 선언이다. 그리고 LA, 뉴욕, 파리 등 세계 주요 도시 중심부에 있는 스타디움 규모의 공연장 운영권을 확보해 K-컬처의 본거지로 삼는 야심 찬 프로젝트인 ‘K-컬처 센터’(가칭)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센터에서는 공연뿐만 아니라 K-푸드와 K-뷰티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고 한국 상품도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세기에는 세계 주요 도시에 코리아타운이 생겼다면, 21세기에는 K-컬처가 정교하게 탑재된 거대한 우주선이 대도시에 착륙하는 개념이 될 것이다.”
 
참으로 의욕적이다. 멋있다. 장관님의 말씀대로 이루어지면 정말 좋겠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정신의 정수인 문화, 예술을 돈벌이 산업으로 파악하는 관점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을 하고 싶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문화도 당연히 산업으로 본다. 할리우드의 필름 인더스트리, 음반 산업,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등등….
 
우리는 어느새 모든 것을 돈으로 따지는 일에 길들어져 버렸다. ‘BTS 월드투어의 수익이 2조7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아무개 화백의 그림이 사상 최고 가격에 팔렸다’, ‘천만 관객이 든 영화의 순이익은?’.
 
하지만, 정신문화를 산업, 즉 돈의 논리만으로 좌우할 수 없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돈이 끼어드는 순간 문화의 순수성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역사의 여러 사례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이쯤에서 사족 한마디 현재 한국의 문화 예술을 관장하는 정부 부처는 ‘문화부’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다. 문화부가 독립기관이었던 건 이어령 교수가 장관으로 일했던 때가 유일하다. 이때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국립국어원을 설립했다. 노태우 정권 때였다. 그리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공립 예술 단체나 기관장 자리를 놓고 보은 인사, 낙하산, 밀실 인사 논란이 되풀이되고, 예술인들을 편 가르는 블랙리스트 소동이 반복됐다. 이 정부에서도 어김없이 ‘인사 참사’가 터졌다.
 
문화예술계 인사가 장관이 되어 전문성을 살려 일한 예도 많지 않다. 내 기억으로는 영화감독 이창동, 배우 김명곤, 시인 도종환, 배우 유인촌 등이 전부인 것 같다. 이 정부 들어 가수 박진영을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그나마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화를 돈으로만 따지고, 자본의 논리를 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 문화는 체육이나 관광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을 다시 새겨 읽는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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