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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타고 만나는 빅베어의 숨은 풍경

Los Angeles

2026.09.1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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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의 아우도어 라이프] 빅베어
절벽 위 90년 된 산불감시대
요세미티 닮은 블러프 호수
깊은 숲길 끝에 만나는 거목
산악 어드벤처, 하루면 충분
바위산위에 걸친 버틀러픽 산불 감시대.

바위산위에 걸친 버틀러픽 산불 감시대.

산불감시대와 숲속 호수, 숨은 명소를 찾아서
 
LA에서 자동차로 약 3시간이면 닿는 빅베어(Big Bear Lake)는 사계절 내어 사랑받는 남가주의 대표 산악 휴양지다. 여름이면 호수에서 카약과 패들보드, 낚시를 즐기고 유람선을 타며 산과 물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호숫가 피크닉장에 앉아 쉬거나 가벼운 트레일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그러나 일반적인 호수 관광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일반 SUV로도 찾아갈 수 있는 색다른 산악 여행 코스가 숨어 있다.
 
절벽 위에서 만나는 90년 산불감시대의 역사길
 
첫 목적지는 버틀러 피크(Butler Peak) 산불감시대다. 빅베어 호수 북쪽 파운스킨(Fawnskin) 마을에서 버틀러 피크 로드로 들어서면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노면 상태가 좋을 때는 일반 SUV로도 주행할 수 있으며, 약 45분간 천천히 산길을 오르면 감시대 아래 주차장에 닿는다.
 
1936년에 세워진 버틀러 피크 감시대는 오랫동안 샌버나디노 국유림의 산불을 감시해온 역사적인 시설이다. 지금도 자원봉사자들이 근무하며 주변 산림을 살핀다. 주차장에서 감시대까지는 약 10분 거리지만 바위가 많은 오르막길이 이어져 등산화를 준비하는 편이 좋다.
 
감시대에 오르면 푸른 빅베어 호수와 이를 둘러싼 광활한 산림이 한눈에 펼쳐진다. 내부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사용하는 침대와 책상, 과거 산불 발생 위치를 확인하던 방위 탐지 장비가 남아 있어 미국 국유림의 산불 감시 역사도 엿볼 수 있다. 내부 공간이 좁아 한 번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여유 있게 기다리는 것이 좋다.
 
푸른 물결의 블러프 호수.

푸른 물결의 블러프 호수.

요세미티를 닮은 블러프 호수의 아름다운 산림길
 
다음 목적지는 빅베어 호수 남쪽의 블러프 레이크 보호구역(Bluff Lake Reserve)이다. 약 80에이커 규모의 이곳은 과거 리조트 부지였으나 현재는 비영리단체가 관리하며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약 1마일 길이의 순환 트레일은 잔잔한 호수를 따라 이어지고, 울창한 침엽수 숲과 넓은 고사리 군락지를 지난다. 곳곳에서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연상시키는 풍경을 만나며 가볍게 산림욕을 즐기기에 좋다.
 
보호구역에서 약 0.5마일 떨어진 곳에는 챔피언 롯지폴 파인(Champion Lodgepole Pine)이 자리한다. 롯지폴 소나무는 일정한 고도에서 자라는 대표 침엽수로, 과거 원주민들이 집과 구조물을 짓는 재료로 활용했다. 비늘처럼 보이는 독특한 수피가 특징이며, 이 거대한 나무는 샌버나디노 국유림을 대표하는 자연유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빅베어 호수를 배경으로 이어지는 비포장 도로.

빅베어 호수를 배경으로 이어지는 비포장 도로.

호수 주변에는 체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산책로가 이어진다. 소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즐긴 뒤, 챔피언 롯지폴까지 천천히 걸어보는 일정이 잘 어울린다. 붐비는 관광지보다 조용한 숲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여행자에게 특히 매력적인 코스다.
 
요세미티를 닮은 깊은 숲.

요세미티를 닮은 깊은 숲.

무료 캠핑과 안전까지 함께 챙기는 빅베어 여행
 
빅베어 숲속에는 '옐로 포스트(Yellow Post)'로 불리는 무료 캠핑 사이트도 있다. 노란색 철제 기둥이 표시돼 있어 붙은 이름으로, 사이트마다 화덕과 피크닉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예약 없이 선착순으로 이용하며, 일반 캠핑장보다 조용하고 자연을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다만 화장실과 식수, 쓰레기통이 없는 곳이 많아 물과 장비를 직접 준비하고 쓰레기도 모두 되가져와야 한다. 캠프파이어는 지정된 화덕에서만 가능하며 산불 위험이 높은 시기에는 전면 금지될 수 있다. 출발 전 도로 개방 여부와 화기 규정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당일 일정은 아침 일찍 LA를 출발해 오전에 버틀러 피크를 오른 뒤, 블러프 호수에서 점심과 산책을 즐기는 순서가 효율적이다. 이후 챔피언 롯지폴을 둘러보고 해가 지기 전 산길을 빠져나오면 운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여름이라도 산 정상과 숲속은 기온 차가 크므로 얇은 겉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버틀러 피크와 블러프 호수, 챔피언 롯지폴을 둘러보고 LA로 돌아오는 일정은 하루 여행으로 충분하다. 다만 국유림의 비포장도로는 낙석과 깊은 홈, 급경사로 노면 상태가 수시로 달라진다. 휴대전화 신호가 끊기는 구간도 많아 차량 상태와 연료를 점검하고 식수, 간식, 응급용품을 챙겨야 한다. 일반 SUV로 갈 수 있는 코스라 해도 무리라고 판단되는 구간은 과감히 돌아서는 것이 안전하다.
 
빅베어는 호수와 낚시, 식당만으로 기억되는 곳이 아니다. 조금만 길을 달리면 절벽 위 감시대와 고요한 숲속 호수, 거대한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여름의 끝무렵 하루를 내어 숨은 명소를 찾아가는 빅베어 어드벤처에 나서보자. 익숙한 휴양지의 전혀 다른 얼굴이 오래 남을 여행의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김인호
20년간 미주 중앙일보에 산행 및 여행 칼럼을 기고하였으며 유튜브 채널 '김인호 여행작가'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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