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정교회, 중세 전쟁영웅 유해까지 전선에…"영적인 힘 보탠다"
시성 약 40년 만에 유해 발굴…"우크라이나 전쟁 지지 재확인"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러시아 정교회가 약 700년 전 사망한 러시아의 전쟁영웅 드미트리 돈스코이의 유해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는 오른손 일부를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전쟁에 투입된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우겠다는 목적이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정교회는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의 전쟁영웅 드미트리 돈스코이의 오른손 일부를 담은 성(聖)유물함이 우크라이나 전선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교회는 "거룩한 지휘관(돈스코이)은 오늘날 조국의 운명이 결정되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며 "이 유물이 병사들을 영적으로 강하게 하고 그들이 승리를 거두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돈스코이는 1380년 몽골 킵차크한국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러시아에서 존경받는 전쟁영웅이다.
가디언은 러시아 정교회가 돈스코이의 유해를 전선에 보내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정교회 일인자인 키릴 총대주교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으며, 정교회 지도부 역시 성직자를 군부대에 파견하고 전승 기원 기도를 지시하며 적극적으로 전쟁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정교회가 이번 전쟁을 계기로 부랴부랴 돈스코이 유해 발굴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돈스코이는 1988년 성인으로 시성됐으나, 러시아 정교회가 그의 유해를 공식 발굴한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
정교회 사제이자 역사학자인 알렉산드르 자네모네츠는 "러시아 정교회가 약 40년 만에 성유물을 발굴하기로 한 결정은 전시 애국주의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러시아 정교회는 올해 초에도 또 다른 중세 전쟁영웅인 알렉산드르 넵스키의 성유물을 전선으로 보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