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조희대 대법원장은 헌법상 독립된 국가기관인 법원이 다른 국가 기관이나 정치권력, 사회 세력 등의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아야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11일 서초구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헌법상 독립된 국가기관인 법원이 다른 국가 기관이나 정치권력, 사회 세력은 물론 소송 당사자로부터도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재판할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이런 헌법적 사명을 흔들림 없이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우리 사법부에 주어진 변함없는 책무”라며 “법원의 날을 맞아 그 소중한 의미를 다시 새기며 법원은 사법권을 오직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행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의 발언은 대법관 후보 제청을 놓고 이재명 대통령과 대치를 이어가는 중에 나왔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대법관으로 서면 제청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한 제청”이라며 다른 대법관 후보로 재제청을 요구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청와대는 표면적으로는 다양성 확보 필요를 이유로 손봉기 부장판사를 거부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대법관 후보자 중 한 명인 김민기 고법판사를 단수로 찍어 대법관 임명을 강행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헌법상 규정된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무력화하고 청와대가 입 맛에 맞는 사람들로 사법부를 구성하려는 의도”(재경지법 판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법원은 조만간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대해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또 “사법권의 독립이 언제나 온전히 지켜졌던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 수립 초기부터 산업화와 군사정권의 격동기를 거쳐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사법권의 독립은 갖가지 압력과 간섭 속에서 끊임없이 시험받아왔다”고했다. 이어“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대한민국 법원이 사법권 독립의 가치를 지키며 오늘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사법부의 역할과 사명을 믿고 지지해 주신 국민의 신뢰와 성원, 그리고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수많은 법원 구성원의 용기와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법원은 일제에 빼앗긴 사법권을 미군정으로부터 최종적으로 이양받은 1948년 9월 13일을 기념해 2015년부터 매년 9월 13일을 ‘법원의 날’로 지정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에게 신속하게 대법관 후보를 재제청해 달라고 밝혔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청와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는 국민의 온전한 재판 청구권 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후속 절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대법원장도 대법관의 오랜 장기 공석으로 인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하라”는 요구는 기존 대법관후보추천위(위원장 최재천)가 추천한 나머지 3인(김민기·박순영·윤성식 후보) 중에서 1명을 새로 정하라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대법관 후보를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를 꾸리도록 한 법원조직법을 고려해 대법원이 추천위를 새로 꾸리고 천거도 새로 받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