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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파괴했다”더니…이란, 지하서 탄도미사일 다시 만든다

중앙일보

2026.09.10 23:42 2026.09.11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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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이란 이스파한주 이스파한의 미사일 단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기 하루 전 지하 터널 입구를 근접 촬영한 위성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27일(현지시간) 이란 이스파한주 이스파한의 미사일 단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기 하루 전 지하 터널 입구를 근접 촬영한 위성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에도 불구하고 탄도미사일 생산을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시작한 이란전쟁의 주요 성과로 내세워 온 ‘미사일 프로그램 무력화’가 퇴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중동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지하시설에서 액체 및 고체 탄도미사일 생산을 재개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내세운 전쟁의 주요 성과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란 남동부의 호지르 미사일 시설을 포함한 여러 지하시설에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란은 또다시 공격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지하 조립시설도 건설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1일(현지시간)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토머스 허드너(DDG-116)가 ‘에픽 퓨리(장대한 분노)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토마호크 지상공격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 28일 이란 내 목표물을 상대로 대규모 공습을 시작했으며, 이란은 이에 맞서 역내 곳곳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3월 1일(현지시간)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토머스 허드너(DDG-116)가 ‘에픽 퓨리(장대한 분노)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토마호크 지상공격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 28일 이란 내 목표물을 상대로 대규모 공습을 시작했으며, 이란은 이에 맞서 역내 곳곳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이스라엘은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이 기능적으로 파괴됐다고 주장해 왔다. 이들은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란의 미사일 및 발사대는 물론, 미사일 생산시설과 저장시설 등을 겨냥해 수천 차례 공격을 가했다. 일부 미사일 기지는 지하 터널 입구까지 붕괴시켰다.

그러나 이란은 지난여름 휴전 기간을 활용해 미사일 시설을 복구해온 것으로 보인다. 한 미국 당국자는 WSJ에 “이란이 6월 중순 트럼프 대통령과 호르무즈해협을 개방하고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하는 예비 합의에 서명한 이후 붕괴됐던 지하터널 입구를 다시 여는 등 저율(Low-rate) 생산을 재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짐 램슨 킹스칼리지런던 방문연구원은 “현재 이란은 전쟁 전 이란이 비축해 둔 완성 탄두와 기체, 유도·통제 시스템을 비롯한 부품들로 탄도미사일을 다시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동 당국자는 WSJ에 “액체추진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이란의 화학시설과 고체연료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산업용 혼합기가 파괴됐다”고 언급했다. 이란의 미사일 제조 능력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예멘 후티 반군이 공개한 영상에서 동부 자우프주 내 사우디아라비아 지원 세력을 공격했다고 주장한 뒤 픽업트럭이 불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예멘 후티 반군이 공개한 영상에서 동부 자우프주 내 사우디아라비아 지원 세력을 공격했다고 주장한 뒤 픽업트럭이 불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이란은 미군에 대한 직접 공격하는 한편 중동 내 대리세력을 앞세운 공세도 확대하고 있다. 이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군의 스파이 무인 함정을 타격했다고 주장하며 해협 봉쇄와 추가 공격을 경고했다.

같은 날 미 매체 에포크타임스에 따르면 훙 카오 미 해군장관 대행은 “이란의 공격으로 바레인 주둔 미군기지가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언급했다. 바레인은 미 해군 중부사령부(NAVCENT)와 5함대 본부 역할을 하는 해군지원기지가 주둔하는 곳으로, 중동지역 미군 작전의 중추 역할을 한다.

지난해 11월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급한 빈살만, 트럼프에 전화 “직접 공격해달라”


IRGC가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에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을 확대할 것을 지시하며 무기와 자금 등을 지원해 온 정황도 포착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RGC는 고위 지휘관도 여러 명 파견해 사우디 공격을 감독·지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IRGC의 지원을 등에 업은 후티 반군은 이날 홍해 연안의 주요 도시인 모카를 장악하며 세력 확장에 나섰다. 후티 반군 방송은 자신들이 사우디 등 수니파 연합군이 지원하는 예멘의 정부군을 퇴각시키고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또 AFP통신과 로이터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11일에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요충지로 거론되는 페림 섬(마윤 섬)도 장악하고 페림섬 맞은 편 해협에 인접한 두바브까지 도달했다. 예멘 정부의 한 관계자는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 통제권 확보를 사실상 완료한 셈”이라고 전했다.

바브엘만데브해협은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중동산 원유를 홍해를 거쳐 유럽 등으로 실어나르는 핵심 대체 수송로다. 후티 반군이 바브엘만데브해협까지 확보하면 글로벌 해상 물류와 에너지 수송에 추가적인 충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후티 반군의 공세가 거세지자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 두 차례 전화를 걸어 후티 반군에 대해 미군이 직접 공격해줄 것을 요청했다고악시오스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빈살만의 요구를 거절하고 대신 대신 사우디에 정보와 타격 목표물 관련 자료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한다.

다만 후티 반군의 공세가 강화되는 상황을 우려한 미국이 사우디에 후티 반군 대응을 위한 새로운 합동 군사 지휘부를 설치하고 군사고문 100여 명을 현지에 배치했다고 CNN이 전했다.

사우디는 이날 후티 반군이 점령한 모카의 공항을 타격하기도 했다고 후티 측 방송사가 전했다. 피해 규모나 사상자 발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AP=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AP=연합뉴스



대이란 경제 압박 이어가는 미국


이란이 공세 수위를 높이는 건 최근 이어지고 있는 미국의 제재와 군사공격, 해상봉쇄에 맞대응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미 재무부는 10일에도 이라크·아랍에미리트(UAE)·레바논·튀르키예의 기업과 개인에 대한 신규 제재를 발표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중동 내 다른 이란 대리세력을 지원한 것으로 지목된 기업이나 개인이다. 로이터는 “미국이 8월 24일 시작한 ‘경제적 추방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보수 성향 방송 ‘리얼 아메리카스 보이스’에 출연해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이어가기 위해 오는 14일 대형 은행 한 곳을 추가 제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모두가 이 정권과 거래를 중단할 때까지 우리는 이 과정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도 대이란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이 폭약 1100t(톤) 이상을 사용해 레바논 남부 알리 알타헤르 능선의 헤즈볼라 터널을 폭파했다”며 “이번 작전으로 해당 지역의 보안지대 구축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보도에 따르면 터널 안에서는 이란산 로켓과 미사일, 드론(무인기)을 비롯해 총기류, 대전차 미사일, 수백 발의 지뢰 및 기타 폭발물이 발견됐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이로써 총 길이 5.4㎞에 달하는 8개의 터널로 구성된 알리 타헤르 및 보포르 일대의 주요 헤즈볼라 터널망 파괴 작전을 모두 완료했다”고 전했다.



하수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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