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 밀랍 인형이 '리벤지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고(故)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이 남편인 찰스 왕세자(현 찰스 3세 영국 국왕)가 혼외 관계를 인정하는 내용이 방송된 날 입었던 이른바 ‘리벤지 드레스’(revenge dress, 복수 드레스)가 29년 만에 경매에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다이애나빈의 검은색 칵테일 드레스가 오는 12월 9일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 출품된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더비는 이 드레스의 예상 낙찰가를 15만~30만 달러(약 2억~4억원)로 추정했다. 다이애나빈에 대한 높은 관심을 고려하면 실제 낙찰가는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도 있다.
이번 경매는 1997년 이후 29년 만이다. 다이애나빈은 교통사고로 숨지기 약 두 달 전인 1997년 6월 자신의 드레스 79벌을 경매에 내놨고, 경매를 통해 325만 달러(약 43억8000만원)를 모금해 암과 에이즈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당시 경매에는 이번에 출품되는 드레스도 포함됐다. 이 드레스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브리지와 그레이엄 매켄지 부부가 약 6만4000달러(약 8600만원)에 구입했으며, 이후 부부의 소장품으로 보관돼오다 이번에 경매에 나왔다.
다이애나빈은 1994년 6월 29일 연예·패션 월간지 배니티 페어가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개최한 만찬에 어깨가 드러나는 짧은 검은색 칵테일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다. 진주와 사파이어 초커(목걸이), 살바토레 페라가모 클러치백, 마놀로 블라닉 하이힐을 함께 착용했다.
고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 밀랍 인형이 '리벤지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당시 별거 중이던 찰스 왕세자가 이날 TV 인터뷰에서 혼외 관계를 인정하는 내용이 방송되면서 다이애나빈의 의상은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대중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에서 다이애나빈이 과감한 의상을 선택한 것을 두고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이 드레스는 ‘리벤지 드레스’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다이애나빈은 찰스 왕세자의 TV 인터뷰 내용이 방송되기 전 이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드레스는 그리스계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티나 스탬볼리안이 1991년 다이애나빈을 위해 디자인했다. 다이애나빈은 이 드레스를 구입한 뒤 3년 동안 입지 않다가 해당 행사에서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다른 옷을 입으려다가 마음을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
조르지나 하월은 1998년 저서 『다이애나, 패션으로 보는 그녀의 삶』에서 다이애나빈의 집사였던 폴 버렐이 이 드레스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썼다. 버렐은 많은 사람의 시선을 끌고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검은색 드레스를 입어야 한다고 조언했고, 행사장에서 당당하게 걷고 고개를 들고 있으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패션지 보그는 왕실 구성원들이 애도 기간이 아닌 경우 검은색 옷을 입지 않도록 권고받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날 다이애나빈의 복장은 당시 왕실의 보수적인 복장 관례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다이애나빈의 이 드레스는 그의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23년에는 다이애나빈이 1985년 만찬에서 입었던 이브닝드레스가 115만 달러(약 15억5000만원)에 낙찰돼 예상가의 11배를 넘어서며 다이애나빈이 입었던 드레스 가운데 최고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