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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리 쳤다” 32세 거구남의 고백…파주 암매장 살인 전말

중앙일보

2026.09.11 14:00 2026.09.1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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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암매장 살인 사건 1화 요약
2004년 8월, 경부고속도로 갓길에 멈춘 SUV 조수석에 수십 군데 찔리고 베인 시신이 방치돼 있었다. 운전석의 덩치 큰 남성은 시신과 함께 먹고 자며 은닉 장소를 물색한 끝에, 며칠 뒤 경기 파주의 폐 개농장으로 향했다. 그는 새벽 어둠 속에서 구덩이를 파고 시신을 묻은 뒤 시멘트 세 포대를 부어 덮었다. 완벽한 은폐라 믿었지만, 인근 마을 주민들은 새벽 낯선 차량의 움직임을 목격하고 있었다.

이 첩보는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 김흥남 형사에게 전해졌고, 탐문 끝에 인천 출신 김정훈(당시 32세)을 용의자로 특정했다. 잠복·미행 중 김씨가 동남아행 밀항선을 알아보는 대화를 포착한 형사들은 그를 긴급체포했다. 그러나 김씨는 살인을 부인했고, 시신도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48시간 체포 시한이 흘러가고 있었다. 김 형사는 폐쇄회로(CC)TV를 뒤져 범행 추정 차량을 싼타페 한 대로 좁혀냈지만, 소유주는 김정훈과 무관한 60대 황씨였다. 단서는 김정훈의 여자친구 쪽으로 이어진다.
2004년 9월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 피의자 김정훈 긴급체포 약 6시간 후.

김정훈 여자친구의 존재를 알게 된 김 형사는 또다시 차량 추적을 시작했다. 김씨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바로 싼타페의 소유주였다. 김씨가 여자친구를 통해 차를 빌린 뒤 개 농장을 찾아 무언가를 한 것이 확실했다.


어느새 밖은 밝아지기 시작했다. 밤에 김정훈을 긴급체포했으니, 이제 남은 시간은 채 하루 반이 안 됐다. 그가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단서를 찾을 만한 곳은 차량뿐이었다. 김 형사는 싼타페를 확보하기 위해 황씨의 집으로 향했다.

“팔았다고요?”


이른 아침부터 들이닥친 형사를 마주한 황씨는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딸애가 다른 차를 타겠다고 하길래요. 중고차 단지에 내놨어요.”


머릿속이 하얘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그 차를 사러 중고차 단지를 오가고 있을지 몰랐다. 그럼 증거는 오염된다. 아니, 최악의 경우 이미 팔리거나 사라졌을 수도 있었다. 김 형사는 어느 중고차 단지에 내놨냐고 물었다. 황씨는 머뭇거리다 답했다.


“강서요.”


2004년 국내 한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중앙포토

2004년 국내 한 중고차 매매단지 모습. 중앙포토

서울 강서중고차매매단지. 얼핏 봐도 수천 대의 차가 흙먼지 날리는 주차장에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김 형사는 싼타페 차량번호를 주문처럼 외우며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쉴 새 없이 뛰어다녔다. 그렇게 땀을 비 오듯 쏟아낸 끝에 한 매매상사 앞에서 멈췄다.

은색, 싼타페. 인천 12가, 그리고 38XX.



새하얀 차 바닥, ‘0.5㎝의 혈흔’

김 형사는 차량 키를 건네받아 문을 열었다. 하지만 차 안엔 기대했던 증거도, 사건 해결의 실마리나 기대감 같은 것도 없었다.

차는 너무나도 깨끗했다. 의자도, 계기판도. 심지어 머리 받침대 안쪽까지. 얼룩 하나, 때 한 점 없었다. 이상할 정도로. 누군가, 무언가를 싹 지워내려 했다는 사실을 오히려 확신할 수 있을 만큼 아무것도 없었다.

김 형사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뒷좌석 발 매트를 확 들어 올렸다. 순간 눈이 멎는 듯했다. 회색이어야 할 차량 바닥이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군데군데 얼룩진 흔적들. 그건 독한 화학약품을 대량으로 썼을 때 나타나는 흔적이었다. 뭔가를, 완전하게 지우려 했던 것이다. 그것도 필사적으로. 그런데 오히려 그 흔적이 더 선명하게 남아버렸다. 차의 원래 색깔을 바꿀 만큼.

김 형사는 코가 바닥에 닿을 듯 엎드려 틈새와 재봉선을 손가락으로 짚어나갔다. 그러다 조수석 시트 아래쪽에서 검붉은 얼룩 하나를 발견했다.

0.5㎝.


검붉은 얼룩. 화학약품도 미처 지워내지 못한, 천 섬유 깊은 곳까지 스며든 혈흔이었다.


“여기 와서 잘 봐요. 여기요. 혈흔 보이죠? 범행에 사용된 흔적입니다. 협조 좀 부탁드립니다.”


차량을 가져가게 해달라는 김 형사의 말에 중고차 딜러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형사는 다시 그를 설득했다. 결국 차량 열쇠를 넘겨받아 싼타페를 수사대로 몰고 들어왔다.

체포 이후 한나절이 넘도록 요지부동이었던 김정훈에게도 싼타페를 보여주자, 처음으로 크게 놀랐다. 수사팀은 곧장 혈흔이 묻은 시트를 도려내 감식을 의뢰하고, 조사실에선 김정훈을 더욱 거세게 밀어붙였다. 잠시 침묵하던 그는 순순히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다.

콘크리트 아래서 찾아낸 ‘꽁지꾼’

자백은 받아냈지만, 아직 사건이 끝난 건 아니었다. 피해자의 시신과 범행에 사용된 증거들을 모두 확보해야 할 시간이었다. 수사팀은 감식반과 함께 김정훈을 데리고 파주시의 개 농장으로 향했다. 김정훈은 수갑 찬 손으로 농장 뒤편 한쪽을 가리켰다.

“야 인마! 우리가 여기 안 파본 줄 알아? 끝까지 우리를 골탕 먹이려고 하네?”

그러자 김정훈은 황급히 외쳤다.


(계속)

“그게 아니라… 공구리를 쳐놨어요.”

형사들이 바위로 여겼던 물체는 길이 2~3m의 거대한 콘크리트였다.
망치로 깨부수자 그 아래에서 믿기 힘든 광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묻혀 있던 남자는 누구였으며, 어쩌다 이토록 처참한 죽음을 맞았을까.
파주 암매장 살인 사건의 전말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32932

오삼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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